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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셋업, 첫 단추 잘 끼우셨나요?…머리를 오른쪽에 두고 살짝 기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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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
(2) 세로정렬, 기울여야 굿샷

공 똑바로 보려는 본능 탓에 머리가 왼쪽이나 앞으로 쏠려
슬라이스·악성 훅 나기 일쑤…스윙 안정성 해치는 '스웨이'도

머리와 어깨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틸팅 셋업' 만들면
'상향 타격' 잘돼 거리 더 나가…라운드 중 셋업 자주 확인해야




다시 기본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셋업입니다. 특별한 팁을 기대한 분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너무도 중요한 문제(늘 그 가치를 잊고 사는 공기처럼)여서 이 기회에 되새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마스터스와 디오픈을 세 번씩이나 제패한 닉 팔도(영국·62)가 늘 말했다죠. “스윙에 문제가 있으면 셋업부터 먼저 체크해보라”고요. 저도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고, 실제 셋업이 불편하면 굿샷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공을 똑바로 보려는 본능이 문제

아마추어 골퍼들이 많이 간과하는 게 셋업 중에서도 세로정렬입니다. 공이 날아가는 방향에 몸을 평행하게 맞추는 게 가로정렬(측면정렬)이라면, 세로정렬은 놓여 있는 공을 보고 상·하체를 바로 세우는 것으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이 세로정렬에서 잊기 쉬운 게 머리 위치입니다. 공을 약간 왼쪽에 놓고 치는 드라이버 스윙 셋업에서 머리가 공쪽으로 따라가 있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공을 정면으로 가까이 보려는 본능 때문인데, 좋은 스윙을 만드는 데에는 적(敵)입니다. 머리가 왼쪽으로 쏠리면 클럽헤드가 닫혀 악성 훅이 날 수 있고, 헤드가 ‘아웃-인’ 궤도로 깎여 들어와 슬라이스가 날 확률도 높아집니다. 머리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으니 어깨 회전이 잘 안 되고, 백스윙할 때도 머리 움직임 폭이 남들보다 훨씬 커 스윙의 안정성을 해치는 ‘스웨이(sway)’가 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자세에서 머리까지 고정시키려다가 역피봇(오른쪽 몸통이 들리고 왼쪽 몸통이 쪼그라들면서 생기는 ‘C자형’ 오버스윙)이 생기기도 하고요.

‘살짝 기울이기’의 힘

좋은 드라이버 스윙을 만들려면 머리 위치가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는 게 좋습니다. 일종의 ‘틸팅(tilting)’ 동작인데, 목 위의 머리만 기울이는 게 아니라 상체 전체를 우측으로 기울이는 겁니다. 이렇게 해야 시선도 공의 오른쪽 옆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클럽헤드가 공 오른쪽의 최저점을 지나 하늘로 올라가면서 공을 맞히는 상향 타격도 잘 나오게 되죠. 상향 타격은 또 백스핀 양이 줄어 런으로 인한 비거리에도 이득을 줍니다.

틸팅 동작은 대다수 골퍼가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걸 라운드 내내, 시즌 내내 유지하느냐입니다. 처음 몇 개 홀(또는 한두 라운드)에선 틸팅 정렬을 잘합니다. 라운드를 하면 할수록 점점 머리와 시선이 공쪽으로 쏠린다는 게 문제죠. 그렇게 해서 샷 실수가 나오면 또 “왜 이러지?”라며 연습 스윙만 열심히 합니다. 머리가 다시 쏠리기 시작했다는 걸 모르고 말이죠.

사실 프로들도 대회가 끝나고 나면 정렬이 흐트러집니다. 골프가 한쪽 방향으로만 몸을 움직이는 ‘편향’ 운동인데다, 자신도 모르게 공을 보려는 본능이 합쳐져서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라운드가 끝난 후 몸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뒤풀이 운동을 많이 하곤 합니다. 셋업을 자주 확인하고 잡아주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그냥 공을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고 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삼성그룹에서 당시 어린 골프 유망주 30명을 뽑아 해외 골프 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에 선발된 뒤 세로정렬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만난 세계적인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미국)에게서 처음으로 머리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이는 틸팅 동작을 배웠거든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약 2년은 고생한 걸로 기억이 납니다. 적응한 후엔 덕을 많이 봤죠. 프로 데뷔 해인 1998년,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할 때 도움이 된 게 바로 이 기울이기였답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 겸 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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