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위대 그 막강한 군사력
김경민 지음 / 박영사 / 267쪽│1만5000원
[ 윤정현 기자 ]
지난달 20일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에서 조난된 북한 선박의 수색 과정에서 탐색레이더(MW08)를 가동했다. 그러자 일본 자위대의 P-1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접근해 위협적인 비행을 했다. 이에 광개토대왕함은 피아식별장치(IFF)와 광학추적장비(EOTS)를 일본 초계기 쪽으로 돌렸다. 일본은 한국 해군이 사격통제 레이더(STIR)를 비췄다고 반발했고 한국은 부인했다. 한·일 간 레이더 갈등이 국제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일본 군사력의 실체를 파헤친 책을 내놨다.
공군, 해군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김 교수는 《일본자위대 그 막강한 군사력》에서 “일본의 군사력은 중국과 비교해도 한 단계 앞선 첨단무기들의 집합체”라고 평가하며 “그들의 군대는 이미 공격형 자위대로 변모해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전쟁을 위한 군사력은 갖지 못한다는 세계 유일의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제9조를 제정했다. 하지만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군수물자 공급 등을 이유로 일본의 군사력을 한정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을 용인했다. 그 군사력은 자위대로 유지됐고 자위대는 방어를 넘어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책은 일본의 핵심 군사력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스텔스 전투기까지 포착하는 세계 최고의 레이더 FCS-5와 중국 잠수함의 천적이라 불리는 대잠초계기 P-1, 세계에서 가장 조용히 움직여 핵잠수함 강대국들도 긴장시키는 소류급 잠수함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태까지 살필 수 있는 10기의 첩보 위성에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함 8척까지. 일본 현지에서 찾은 자료들을 기반으로 돋보기를 들이대 자위대의 실상을 보여준다.
저자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북한, 그다음은 중국이라고 지목한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계속 미사일을 쏘아댔고, 중국은 해군력 확장을 통한 위협으로 빌미를 제공했다.
책은 일본 자위대가 갖고 있는 군사력을 파고들지만 자연스레 그런 이웃을 둔 한국이 무엇을 해야 할지 돌아보게 한다. 군비 경쟁에 뛰어들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능력이 없다면 최소한의 방어력이라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이버 전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전략으로 꼽았다. 어쨌든 가야 할 길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 역시 “동북아의 평화를 한국이 주도해서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군사 강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핵심 전력은 무엇이고, 평화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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