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수장 자리가 빈 금융사들이 공석 메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회장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수장 자리가 공석인 DGB대구은행, 화재보험협회, 신용정보원은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지속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오후 6시 제18대 회장 입후보 서류 접수를 마감한다.
서류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후보군도 좁혀졌다. 민관 출신 후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다.
먼저 관료 출신 인사 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이헌 전 국회의원과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다.
한 전 국회의원은 행정고시(7회) 출신으로 옛 경제기획원 차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제15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박 전 사장 역시 행정고시(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증권금융 사장을 역임했다.
민간 출신으로는 황종섭 전 하나저축은행 대표, 조성권 전 예쓰저축은행 대표, 박도규 전 SC제일은행 부행장이 도전장을 냈다.
저축은행 업계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대출금리인하 기조로 올해 업계 전반에 그늘이 드리운 만큼 차기 회장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곽후섭 전 회장과 현 이순우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관료 출신이 선출됐다.
회추위는 후보 적격성 심사를 통해 단독 또는 소수 후보를 추린 후, 21일 최종 선거를 진행한다. 회원사 과반 참석, 참석 회원사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회장에 당선된다.
화재보험협회도 새 회장 선출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차기 회장 공모에 나섰지만 적격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이에 이달 4일까지 서류 접수를 다시 진행했다.
재공모에는 4명이 지원했다. 이윤배 전 NH농협손보 대표, 노문근 전 KB손해보험 부사장, 노상봉 전 보험감독원 국장, 양두석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겸임교수(전 보험연수원 부원장)가 지원 서류를 제출했다.
양두석 교수를 제외한 3인은 지난해 이사장 첫 공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이윤배 전 대표와 노문근 전 부사장은 면접 심사에서 탈락했고, 노상봉 전 국장은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다.
지난 공모와 다름 없는 후보군에 이사장 인선이 또 불발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 번이나 공모에 나서는 것 또한 모험이라는 분석이다.
협회 측은 공정한 서류, 면접심사를 거쳐 이달 말께 차기 회장을 최종 선임할 방침이다.
대구은행과 신용정보원 또한 경영 공백이 지속되고 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은행은 차기 은행장 선임 작업이 10개월째 표류 중이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은행장 후보추천권, 은행장 자격요건을 두고 오랜 갈등을 빚었다. 은행장 자리를 비워둔 채 행장 직무대행만 두 번 선임했다.
지주와 은행은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대구은행 지배구조 개선안에 합의했다. 은행을 포함한 모든 자회사의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을 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자추위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최종 검증 후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선임한다.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은행장 선임 작업도 시작됐다. 하지만 이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다음 달 3일까지 새 은행장을 뽑기로 했지만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8일 열린 자추위에서 은행장 후보 1명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이달 11일로 연기했다. 이사회 측은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해 최종 후보자에 대한 결정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필요한 경우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신용정보원은 민성기 전 원장 퇴임 후 한달 가까이 수장 자리가 비워져 있다. 아직 차기 원장 선임 절차는 개시하지 못했다. 은행연합회 상무 출신인 홍건기 전무가 원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조직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회사의 비전에 부합하는 사람보다 이사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수장으로 앉히려고 하니 경영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며 "수장의 공백은 경영 불안으로 이어지고, 조직의 피로감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