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센터장팀
유륜으로 흉 안지게 유방암 수술
[ 이지현 기자 ] 암 수술법이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암을 잘 도려내는 데만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암을 없애는 것은 물론 상처를 최소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 수술이 늘고 있다. 국내 암 유병자(암을 앓고 있거나 완치된 생존 환자)가 174만 명에 이르고 이들의 52.7%가 5년 넘게 사는 암 환자 장기생존 시대가 열리면서 생겨난 변화다.
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유륜을 활용해 상처가 잘 보이지 않는 유방암 수술을 100건 넘게 했다. 임 센터장팀은 환자의 유두 경계 부분인 유륜에 반원 모양으로 5㎝ 정도 절개창만 내고 암 덩어리를 빼낸다. 이후 성형외과 의료진이 이 절개창으로 유방조직을 재건한다.
암이 많이 퍼지지 않아 일부만 떼어내는 환자도 유륜을 절개해 수술한다. 수술하면서 내시경은 쓰지 않는다. 겨드랑이 부분에 한 뼘 정도 절개창을 내 로봇 팔을 넣고 하는 로봇수술과도 다른 방식이다. 유륜과 유방 피부 일부를 절개하는 유방암 수술은 해외에서도 보고된 적 있다. 하지만 유륜만 절개해 수술하는 의료진은 세계적으로 임 센터장 팀뿐이다.
수술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로 일반적인 유방암 수술과 비슷하다. 피부 상처가 거의 보이지 않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 그는 “수술이 어렵지만 흉터가 보이지 않고 암 조직도 안전하게 떼어 낼 수 있다”며 “수술받은 뒤 유방에 남은 흉터 때문에 힘들어하는 환자를 보면서 새 수술법을 개발했다”고 했다.
내시경 수술법도 상처와 통증을 줄이도록 진화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에서 인하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진욱 유방갑상선외과센터 교수는 입술 안쪽 아랫잇몸 점막을 뚫어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넣고 갑상샘암을 떼어낸다. 구강경유내시경 갑상샘암 수술이다. 기존 갑상샘암 수술은 목 부분 피부를 절개해 눈에 띄는 부분에 흉터가 남는다. 겨드랑이 부분에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넣고 하는 갑상샘암 수술은 피부 속에서 기구가 지나는 범위가 넓어 통증이 생긴다. 새 수술법은 2015년 태국에서 시작됐지만 이 교수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했다. 2016년 8월 첫 수술을 한 뒤 지금까지 이 교수에게 수술 받은 환자는 180명이 넘는다.
암 수술뿐 아니다. 성형이나 제왕절개 출산을 한 뒤 절개 부분을 꿰매지 않고 피부접착제로 붙이기도 한다. 로봇·복강경 수술 등을 한 뒤 구멍난 부분도 마찬가지다. 수술용 실 때문에 생기는 감염이나 합병증을 막고 흉터를 줄이기 위해서다.
가슴에 크게 흉터가 남는 심장 수술도 마찬가지다. 이승현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팀은 인공판막을 꿰매지 않고 고정하는 대동맥판막 수술로 수술 시간을 줄이고 가슴 절개 부위도 20㎝에서 7㎝ 정도로 줄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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