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2기 비서진 개편을 단행했다. 여권 내 대표적 ‘친문(親文·친문재인)’ 인사로 꼽히는 노영민 주(駐)중국 대사와 강기정 전 국회의원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에 임명했다. 분위기 쇄신과 함께 친정체제 강화로 집권 중반기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인데도 청와대와 부처 간 불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급속 인상 등 경제에 충격이 큰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실무까지 관여하는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으로 경제 부처들을 소외시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정책’들이 양산된 배경이다. 여기에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야기된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이 겹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한 새 비서진의 과제와 책무는 막중하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추락한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전임자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청와대 독주와 ‘인(人)의 장막’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청와대 비서진이 예전처럼 행정부처를 틀어쥐고 그럴듯한 논리와 통계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이상”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친정체제 강화로 청와대 ‘불통’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신년사에서 경제 활력을 찾는 데 올해 국정 운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어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의 효율을 높이려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부터 국민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신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이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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