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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법정관리 골프장 1년 만에 흑자 전환…큐캐피탈의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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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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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F의 밸류업 사례탐구

    경영권 다툼에 시달렸던 골프장
    인수 후 '큐로경기CC'로 변경
    퍼블릭 전환해 수익성 높여

    "올해 72억원 영업이익 예상"



    [ 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8일 오후 2시15분

    1994년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개장한 큐로경기CC(옛 블루버드CC·사진)의 비운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때 시작됐다. 골프장 운영업체 경기관광개발이 부도나면서다. 공매에 넘어간 경기관광개발은 이후 경영권 다툼에 시달렸다. 2008년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골프장 인수에 돈을 많이 쓴 새 최대주주가 회사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회사는 회원권을 무더기로 발행해 대출 재원을 마련했다. 18홀 골프장에 회원 수가 1600명에 달한 배경이다. 매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6년 여름 주인이 바뀌었지만 새 주인도 3000억원이 넘는 채무를 버티지 못해 그해 12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2017년 초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허용했고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같은 해 9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모펀드가 법정관리 회사를 경쟁 입찰을 통해 단독 인수한 국내 첫 사례였다.

    준비된 밸류업 전략

    법원은 큐캐피탈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지난해 초 인가했다. 회생채권(회원권)의 약 40%를 변제하고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안을 실행에 옮기려면 회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했다. 1600명이나 되는 회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1차 관계인집회에서 계획안이 부결됐다.

    큐캐피탈은 흔들리지 않았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블루버드CC는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채권 가치는 더 떨어진다”며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 결국 지난해 2월21일 2차 관계인집회에서 회원 74.5%의 동의를 얻어 계획안이 가결됐다.

    인수를 마무리한 큐캐피탈은 골프장 이름을 큐로경기CC로 바꾸고 준비했던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이창민 큐캐피탈 이사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면서 재산세 등의 세율이 낮아져 세금 비용이 약 20억원 줄었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큐캐피탈은 저녁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조명을 설치하고 2부제에서 3부제로 운영 방식도 바꿨다. 인허가 문제 등으로 중단됐던 9개 홀 추가 공사도 재개했다. 이 이사는 “1510억원의 투자금 중 1370억원은 회원권 변제에 썼고 나머지 140억원의 대부분은 시설 투자 등에 쓰고 있다”며 “코스 관리를 국내 선두 업체에 맡기고 그동안 망가졌던 코스를 개선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큐캐피탈 인수 당시 오랫동안 지속된 비정상적 경영 탓에 골프장 곳곳이 곪아 있었다. 캐디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식음료 서비스는 회원제 골프장이었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우선 캐디들이 머무는 기숙사와 유니폼부터 명문 골프장 수준으로 정비했습니다. 예전엔 식비를 따로 받았는데 인수 후에는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죠. 오랜 경영권 분쟁과 법정관리 과정에서 입은 직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캐디가 많아야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지니까요.” (이창민 이사)

    식당을 운영하는 외주 업체도 입찰을 통해 바꿨다. 참여 업체에 ‘골프장에 내는 수수료는 적어도 되니 얼마나 높은 수준의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황희연 큐캐피탈 대표는 “클럽하우스 운영으로 돈을 벌기보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서 그린피 매출이 늘어나도록 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큐캐피탈이 인수한 뒤 큐로경기CC의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다. 2017년 5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08억원으로 늘어났다. 2017년에는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36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9홀 추가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해는 매출 164억원에 72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황 대표는 “내년 이후에는 연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영진이 상식적으로 경영하고 직원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도록 지원만 해주면 자동으로 정상화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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