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갔는데 바닥에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면 어떻게 할까.
A씨는 주유소에 맡길까 그냥 못 본 척 할까 고민하다 누가 집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워 경찰서에 가져다줬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분실자가 지갑에 원래 78만 원이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했다면서 A씨가 가져간 건 아니냐고 물어왔던 것.
A씨는 이 얘기를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발견 당시 지갑에는 현금이 하나도 없고 카드 몇 장만 들어있었을 뿐이다.
사실대로 말했지만 경찰은 형사사건으로 처리될 거라고 했다.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상식적으로 돈이 있었으면 줍기 전에 누가 빼갔거나 애초에 없는데 분실자가 거짓말하거나 할 수도 있는데 왜 내가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가?"라며 "분실자가 지갑에 돈 없었음에도 한 500만원 있었다고 거짓말 하면 찾아주려던 사람이 500만 원 물어줘야 하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인가"라고 항변했다.
이어 "지갑을 분실해 본 경험이 있기에 카드사 일일이 전화하고 관공서 가고 귀찮겠다는 생각에 경찰서 가져다준 건데 이런 행동이 잘못된 거라면 다시는 이런 선행을 하지 않겠다. 왜 좋은 일 하고 조사받고 이런 귀찮은 사건에 휘말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떨어진 돈이나 카드를 주워서 그걸 쓰는 건 당연히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선한 의지로 물건을 가지고 있다가는 점유 이탈물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는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점유 이탈물 횡령죄가 정확히 무엇이며, 정확히 어떤 경우를 일컫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A씨와 같이 타인의 지갑을 찾아주겠다고 경찰서에 가져간 것도 범법행위가 될 수 있을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함인경 변호사는 "형법 360조에 의해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물건을 횡령하면 성립하는 범죄가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된다"라면서 "즉 길에 떨어진 지갑은 누구의 점유에도 속하지 않는 물건으로써 이를 돌려줄 의사 없이 횡령하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PC방안에 떨어진 지갑은 관리자(PC방 점주)의 지배하에 있는 물건이므로 이를 돌려줄 의사 없이 횡령하게 되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아닌 절도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
함 변호사는 "유실물법상 타인이 분실한 물건을 습득한 자는 이를 신속하게 분실한 자 또는 물건의 소유자, 그 밖에 물건 회복의 청구권을 가진 자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 등에 제출하여야 하므로 지갑을 주워서 발견했을 당시의 상태대로 지체 없이 경찰서에 가져다준 경우라면 지갑을 주운 사람은 없어진 돈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선의로 지갑을 찾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실한 사람이 지갑 속 현금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지갑을 찾아준 사람을 절도죄 또는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경찰에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경우에는 억울하더라도 성실히 경찰 조사에 임하고 습득한 상태 그대로 물건을 찾아주었다는 것에 대하여 밝힐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습득한 때로부터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지갑을 가져다주었다면 이는 불리한 정황이므로 당시의 상황을 담은 CCTV나 주변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통해서 습득한 물건을 취득할 의사(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함 변호사는 "선의로 분실물을 습득하여 분실한 자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에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괜한 오해를 사거나 불필요한 절차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혐의가 덧씌워질 수도 있다"면서 "따라서 불필요한 오해나 불미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분실물을 발견하였더라도 무작정 습득하기보다는 물건을 그대로 둔 채 습득한 장소의 관리자(가게 주인, 지하철 역무원 등)에게 이를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함인경 법률사무소강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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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