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핵·경제 병진'→올해 "자력갱생·부정부패 척결"
달라진 김정은 신년사
집무실서 이례적 신년사 발표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 부각
[ 이미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일 신년사는 30분간 이어졌다. 이중 약 60%는 사회주의 건설을 강조한 경제 관련 대내 메시지에 할애했다. 이 과정에서 ‘자립경제’라는 용어가 일곱 번이나 등장했다. 전력과 물자 동원, 군수 공업을 포함한 민생경제 확립과 함께 간부들의 부정부패 근절도 강조했다.
김정은은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우리가 들고나가야 할 구호”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건설 노선의 종결을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새로운 전략 노선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고강도 대북제재를 이어가면서 외부 투자가 사실상 전면 차단됐다. 북한은 내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은 그러나 대북 제재 영향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개혁·개방이란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내부 경제시스템을 통한 독자적 발전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경제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기업체들이 경영활동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게 기구체계와 사업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4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란 표현으로 기업과 개인, 장마당 등 시장경제 요소를 대거 수용한 이후의 성과를 인정하고, 이를 지속해나가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부정부패 청산 의지도 강조했다. 김정은은 “당과 대중의 혼연일체를 파괴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침식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의 크고 작은 행위들을 짓뭉개버리기 위한 투쟁의 열도를 높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정은의 신년사는 이례적으로 서양식 서재로 꾸민 집무실 내 1인용 소파에 앉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정은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중이 화면에 잡히지 않는 강당에서 홀로 마이크 여러 대를 일렬로 세워놓은 채 연설해왔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외벽 시계가 1월1일 0시를 가리킨 모습을 보여준 뒤 김정은의 청사 입장 장면을 띄웠다.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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