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정부 규제와 개입 탓
일자리 사라지고 갈등만 증폭
재산권 보장하고 개인과 기업활동 자유 확대하는
국가시스템 개혁을 기대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새삼 정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정치가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해서다. 좋은 정치는 국민 삶을 평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지만 잘못된 정치는 국민 삶을 위태롭고 피폐하게 만든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 삶이 피폐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탈(脫)원전 정책,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와 법령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했다. 해외로 탈출하는 중소기업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갈등도 심해졌다. 무엇이 정(正)이고 사(邪)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 ‘적폐청산’ ‘정의’ ‘도덕’ 등의 구호를 내세워 내 편 네 편으로 나누고, 같은 편에는 더할 나위 없이 관대하고 다른 편에는 혹독하게 벌을 내린 탓이다. 귀족 노조가 고용 세습을 하며 온갖 횡포를 부려도 정부가 방관으로 일관한 탓이다.
“가장 훌륭한 통치자는 백성들이 존재하고 있음만 아는 통치자고, 그다음은 백성들이 친근히 하고 칭송하는 통치자며, 그다음은 백성들이 두려워하는 통치자고, 그다음은 백성들이 업신여기는 통치자다.” 노자의 《도덕경》 제17장에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정치는 훌륭한 정치가 아니다. 노자가 말하는 최상의 정치는 무위의 정치다. 국민이 통치자가 있는지 없는지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충실히 전념하게 하는 그런 정치가 최상의 정치다. 어떤 이념을 설정하고 국민을 그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하류 정치’다. 지금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치가 희화화되고 조롱이 넘쳐나는 것은 우리 정치가 하류 정치임을 말해준다.
무위의 정치는 개인에 대한 자유를 강조하고 보장할 때 이뤄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유시장경제체제다.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경쟁을 강조하며 개인과 기업 활동에 정부 개입이 적은 그런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을 갖춘 나라일수록 국민이 잘살고 국가가 부강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인류는 분업과 교환, 기술 혁신 등 인간의 삶을 개선시키려는 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고, 혁신의 물결이 넘쳐흘러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며 잘살았다. 그렇지 않은 사회에선 가난하게 살았고, 극단의 경우에는 나라가 망했다.
무위의 정치에 가장 근접한 나라가 스위스다. 스위스에는 대통령이 있긴 하지만 국민은 누가 대통령인지 잘 알지도 못한다. 대통령은 7명의 각료가 1년씩 돌아가면서 맡고 있어 대통령 권한이 거의 없어서다. 스위스는 26개 칸톤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개인과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 간섭이 거의 없다. 국민은 기본적으로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진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2016년 월 300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유권자의 77%가 반대한 것은 스위스 국민성을 잘 보여준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8만달러가 넘고, 유엔이 발표하는 ‘가장 행복한 국가’에서 2015년 1위를 차지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2009년부터 계속 세계 최대 경쟁력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발표한 ‘2018년 세계 최고 국가’에 스위스가 선정됐다.
지금 우리가 최하의 정치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이 무엇이 최상의 정치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며 밤새 내린 눈처럼 갑자기 자유를 얻었다. 희생과 대가 없이 얻다 보니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자기 삶을 자기가 책임지기보다는 국가가 책임져 주기를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자연히 개인과 기업 활동에 정부 개입이 많아졌다. 정부 권력이 커졌고, 정치에 따라 국민 삶과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위기를 맞았다.
국민 삶을 개선시키고 국가 번영을 위해서는 정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그것은 개인과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 간섭을 줄이면서 개인의 자유를 신장할 때 가능해진다. 2019년이 그런 방향으로 국가 시스템을 개혁하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 새해 아침에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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