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윤 산업부 기자) 대한민국에 고용 한파가 거세게 몰아닥친 한해였다. 지난 5월에는 취업자수 증가폭이 10만명 밑으로 추락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10.5%를 기록해 5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실업자수는 다섯달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고 실업률도 4.1%로 5월 월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18년만에 최고치에 올라섰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위원회 2기’를 발족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공무원 선발, 공공기관 채용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민간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공지능(AI)인재 스카웃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취업시장을 10가지 뉴스로 정리했다.
1. 공공기관·공무원 ‘역대 최대 채용’
정부는 올해 초 공무원 6만3677명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국가직 공무원 3만7985명, 지방직 공무원 2만5692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1972명(국가직 6283명, 지방직 5689명)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5만1705명)보다 약 23%, 지방직만 놓고 보면 28.4% 급증한 것이다. 공공기관도 올해 2만 8000명을 선발해 역대 최대규모다. 지난해 323개 기관이 뽑은 1만 9862명보다 8138명 늘어났다. 일부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은 “과다채용으로 공기업 구조조정을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2. 은행고시 부활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기업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올해부터 채용과정에서 필기시험을 일제히 도입했다. 면접위원도 외부인사를 절반으로 채우기로 했다. 잇단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하지만, 갑작스런 필기시험 도입으로 시중 문제집을 베낀 문제가 출제되는 등 곳곳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3. 입사시험에 ‘상식·역사 폐지’
삼성그룹은 올 상반기 대졸신입사원 공채 입사시험 GSAT(삼성직무적성검사)에서 상식과목을 없앴다. 현대자동차도 2013년부터 실시해 오던 역사에세이를 폐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역사에세이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이로인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해 상반기 공채부터 폐지 했다“고 말했다. 이공계생의 지원이 많은 삼성·현대차에 상식과목과 역사에세이는 그동안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됐다는 지적이다. CJ도 하반기부터 인적성검사에서 인문소양 분야를 출제하지 않았으며, 포스코도 역사 상식을 제외하고 포스코 상식과 경제·경영분야에 한정해 문제를 출제 했다.
4. AI채용 잇따라 도입
롯데는 올 상반기 공채부터 일부 계열사에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한 채용을 서류전형에 처음 도입한 후 하반기부터는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인재상 부합도 △직무적합도 △표절여부 등을 심사했다. SK하이닉스도 SK C&C가 개발한 AI 채용 시스템을 올 상반기 공채에 도입했다. AI가 기존 자기소개서 대신 인사 담당자들이 직접 만든 문장들을 학습했다. AI시스템은 투명성 확보와 채용기간 단축 등의 효과에 힘입어 CJ·BGF리테일·JW중외제약·한미약품·일동제약·KB국민은행·국민카드·기아자동차 등이 AI채용을 잇따라 도입했다.
5. 계속된 일본 취업 열풍
올해도 한국인 취업난, 일본은 구직난이 계속됐다.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2013년부터 일본의 고용지표가 꾸준히 개선돼면서 일본으로 취업을 하려는 한국 젊은이의 발길이 ‘일본 취업 설명회’마다 이어졌다. 특히 일본기업들은 전공무관으로 종합직으로 채용해 배치하기때문에 한국의 ‘인문계·여대생·지방대’출신들의 지원이 많았다. 하지만, 취업후 ‘낮은 임금’과 ‘향수병’을 견디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율도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 4차 산업혁명 인재 스카웃 전쟁
주요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4차 산업혁명 인재 스카웃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부터 수시채용의 비율을 높이면서 자율주행, 로봇, AI,스마트카 등의 분야 인재를 뽑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도 11월 ‘AI 전문가’를 대거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은행 등 금융권도 디지털 인재 채용을 늘렸다. 롯데백화점 등 유통기업도 디지털 사업기획, 빅데이터 등 인재를 뽑기 위해 몸부림 쳤다.
7. ‘LCC 힘입어’ 항공사 채용 증가
올해 국내 9개 국적기 항공사들의 신규채용은 4142명으로 지난해(3375명)보다 23%증가했다. 이는 국제 노선확대(47개)와 저비행항공사(LCC)들이 잇따라 신형 항공기 도입에 따른 신규수요 발생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한항공이 1083명을 뽑아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했으며, 아시아나항공 509명, 제주항공 719명, 진에어 437명, 에어부산 365명, 이스타항공 352명, 티웨이항공 485명, 에어서울 131명, 에어인천 61명 등이다. 이에따라, 올해 9개 항공사 종사자는 모두 3만7847명으로 지난해(3만5864명)보다 1983명 늘어났다.
8. 채용설명회도 유튜브
채용설명회가 정보기술(IT)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나면서 진화했다. 현대차, 롯데백화점, 삼성SDI, SK텔레콤, 기아자동차, 코오롱 등 기업들은 전통적인 채용방식의 캠퍼스리크루팅은 줄이고 유튜브를 통해 채용설명회를 잇따라 열었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으면서 효과는 더 크다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금융감독원도 처음으로 페이스북을 통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9. 삼성·포스코 SW인재 육성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SW)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처음 ‘삼성SW 아카데미’를 통해 500명을 선발했다. 2023년까지 1만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삼성은 교육생들에게 1년간 최고의 강사진 강의와 함께 매월 100만원씩 교육비도 지급한다. 포스코도 청년들의 취업교육, AI·빅데이터, 창업 스쿨을 12월에 도입했다. 실질적인 취업과 창업 연계되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10. 10년만에 다시 구조조정 ‘칼바람’
현대중공업은 올해 두차례 희망퇴직을 받아 700여명을 내보냈다. 실적악화 현대자동차는 임원 승진 규모를 줄이고,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로 3000여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삼성물산도 지난달 4년차 이상 전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내년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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