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KT&G 사장 교체 지시” 전 기재부 사무관 폭로
청와대 "신뢰성 의심" 기재부 "사실 아냐"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의 사장교체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말해 세밑을 앞두고 핵폭탄급 파문이 일고 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30일 두 번째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지난해 8조7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려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청와대가 민간 기업인 KT&G의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고 폭로한 지 하루 만이다.
그는 또 "KT&G 문건을 유출한 것이 국가공무원상 비밀유지업무 위반이라면 처벌받겠다"며 "KT&G 건을 제보한 것은 청와대가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국가가 좀 더 나아지길 바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3월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기업은행은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에 반대했지만 표 대결 끝에 연임이 가결된 바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사직 후 공무원 학원에서 행정학을 강의하려고 계약했으나 왜 기재부를 나왔는지 강사 신분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없어 미루다 연말이 됐다"면서 "이제 강의하지 않으면 "먹고살 돈이 없어서 굶어 죽을 것 같았다"고 뒤늦게 폭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학원 언급으로 1차 폭로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신 전 사무관은 "저는 대학교 때 야학 교사를 했고, 공부방을 만들어서 운영하기도 했다"며 "공부방이 있던 창신동에서 공동화장실을 쓰던 아이들을 보며 공무원이 돼서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태우 전 특감반원을 의식한 듯 "저는 비리나 비위가 없었고,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동기 중에서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직장 생활에) 적응을 못 하거나 일을 잘 못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어 "저는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한다"며 "국민들의 분노를 알고 더 나라다운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29일 유튜브를 통해 기획재정부가 청와대 지시로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고, 관련 내용이 기재부 차관에게까지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연임을 시도 중인 백복인)KT&G 사장 교체를 청와대에서 지시했다는 내용을 들었다"며 "(올해 3월 정부서울청사의) 차관 부속실에 관련 문건이 있어 (내가) MBC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에 ‘대외주의, 차관보고’라고 적혀 있어 차관에게 보고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출에 대해 조사하러 윗 선에서 내려왔는데 아닌 척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면서 "믿어줬던 상사를 배신하고 계속 공직에 있을 수 없었고 더 정확하게 밝히고 싶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신 전 사무관은 30일 오후 모교인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글을 올려 "정부는 정권 교체기인 2017년에 국내총생산 대비 채무 비율을 낮추면 향후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국채 조기 상환을 취소하고 국채 발행을 늘리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동영상을 보고 밤새 뒤척이며 분노했다"면서 "학원 강사를 하겠다는 신 전 사무관을 운동권식 전략 전술로 ‘거대자본의 꼭두각시‘라며 그가 언급한 후원이나 광고를 난도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전 의원은 "그러나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워낙 이 사안은 핵폭탄급이기 때문"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허접한 친서를 보낸 것도 별 볼일 없는 일로 한큐에 보내는 대형사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권력의 속내는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보다 더 추했다. 티 하나 없는 순백 정권, 이 세상에 없는 공정과 정의만이 있는 정권이라고 강조했으니까"라며 "신 전 사무관은 이게 나라냐고 외치면서 공무원을 그만두고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당연히 이건 나라가 아니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그리고 너무도 슬프다"라고 덧붙였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기재부는 KT&G의 현황을 파악하려 했던 것일 뿐이며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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