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 사장에 내정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외국계 3社 CEO 지낸 '직업이 사장'
스톡옵션 행사로 최대 200억 수익
보험업계 '구조조정 전문가' 평가
신한생명 노조에선 반대 목소리도
[ 강경민 기자 ]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사장, ACE생명(현 처브라이프생명) 사장,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사장. 지난 21일 신한금융그룹 인사에서 신한생명 사장에 내정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사진)이 거쳐 온 이력이다. 그는 2007년 알리안츠생명 사장을 시작으로 세 곳의 외국계 생명보험사에서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한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이렇다 보니 생보업계에선 정 사장을 ‘직업이 사장’인 인물이라고 부를 정도다.
정 사장이 최근 또다시 ‘잭팟’을 터뜨려 주목받고 있다. 그는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많게는 200억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신한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4개 보험사 사장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정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은 총 77만9000주.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가격(주당 4만7400원)을 기준으로 하면 매각 차익이 194억원에 이른다. 26일 종가(2만9550원)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차익이 55억원에 달한다. 오렌지라이프 관계자는 “정 사장의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신한금융의 인수가로 할지, 시가로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처럼 부와 명성을 한꺼번에 쥘 수 있었던 것은 가는 곳마다 눈부신 성과를 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사장은 해외 근무 경험이나 외국 경영학 석사(MBA) 학위가 없음에도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오렌지라이프만 하더라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염두에 두고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하면서도 순이익을 끌어올려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5월 상장한 오렌지라이프의 공모가는 3만3000원이었지만 한때 주가가 6만2000원대까지 올랐다. 주당 4만7400원에 매각하기로 한 오렌지라이프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5년간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정 사장은 보험업계에선 ‘구조조정 전문가’로도 불린다. 그는 2014년 2월 ING생명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임원을 비롯한 부서장급 인력 5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조직개편을 통해 중복 부서를 통폐합했다. 노조의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정 사장은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밑어붙였다.
네 번째 보험사 CEO를 예약한 정 사장에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특히 정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신한생명 노조가 걸림돌이다. 신한생명 노조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정 사장은 가는 곳마다 강압적 구조조정을 했다”며 “선임을 철회하지 않으면 반대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험업계에선 가는 곳마다 뚜렷한 성과를 낸 정 사장이 글로벌 역량의 보험사를 만드는 발판을 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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