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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광부·간호사들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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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치켜세우고 예우는 '뒷전'

문재인 대통령, 獨 방문때 처우 언급
與 소극적 태도에 관련법 '발목'



[ 정의진 기자 ] “말로는 매번 조국 근대화의 주역, 일등공신이라고 하면서 정작 치료비 지원 한 푼 없는 나라가 정상인가요.”

이우연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한국파독연합회) 회장(74)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슴 속 울분을 토해내듯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현충일 추념사와 독일 방문 자리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공로를 치하할 때만 해도 다들 감격했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이역만리 뜨거운 막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병원의 고된 일을 감당한 여러분의 헌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진정한 애국자”라며 “달라진 조국,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는 파독광부·간호사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파독 광부·간호사에 대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파독예우법)’은 1년 넘게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이 법안은 2015년에도 발의됐지만 회기가 지나 자동 폐기됐었다.

파독예우법은 파독 광부에 대한 치료비 지원과 각종 기념사업 추진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파독 광부 출신 진폐증 환자는 독일과 한국에서 모두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해 치료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김경환 한국파독연합회 사무국장은 “대한석탄공사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우리 보고 독일 정부에서 직접 (치료비를) 받으라고 하더라”며 “정치인들은 파독 광부들을 애국자라고 치켜세우지만 막상 (우리가) 필요할 땐 등을 돌리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파독연합회 회원들은 파독예우법에 대한 여당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파독예우법을 야당과의 정치적 협상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당 의원들은 파독예우법 통과 조건으로 탄력근로제 확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를 내세웠고, 최근 여야가 이 두 사안에 대해 의견 차를 좁히자 이번엔 남녀고용평등법 통과를 새로운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지우고 싶은 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정애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 측은 이에 대해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이 쟁점이어서 파독예우법을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다른 법안 통과를 빌미로 파독예우법을 미루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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