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재심서 안건 심의
"SPC에 발행어음 자금 활용…초대형IB가 사실상 개인 대출"
기관경고·임원 해임 권고 등 논의
한투證 "적법한 거래" 해명
금투업계도 "가혹한 조치"
[ 조진형 기자 ] 금융감독원이 ‘발행어음 1호’ 초대형 투자은행(IB)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예고하고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한투증권이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에 발행어음 자금을 활용한 것이 쟁점이다. 금감원은 이 거래가 ‘기업 대출’이 아니라 사실상 ‘개인 대출’이어서 처음으로 초대형 IB 규정을 위반한 중징계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라고 반발해 심의 결과가 주목된다.
금감원은 2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한투증권에 대한 기관경고, 임원 해임 권고, 과태료 부과 등 중징계 안건을 심의했다. 금감원은 올해 한투증권 종합검사에서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신용공여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발견하고 이 안건을 올렸다.
해당 거래는 지난해 8월 말 T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투증권은 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SK실트론 지분 19.4% 매입자금(1673억원)을 대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과 맺은 TRS 계약을 근거로 자금을 대출해준 것이다. 최 회장에게 SK실트론 주가 변동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이전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파생거래다. 당시 삼성증권도 한투증권과 함께 똑같은 구조로 자금을 대출해줬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주식담보 대출의 일종이다.
하지만 한투증권의 대출에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형식적으로는 SPC에 내준 대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 회장의 ‘개인 대출’이라고 해석했다. 자본시장법에선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 대출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해당 거래가 시작된 지 석 달 뒤인 지난해 11월 발행어음 인가를 받고 나서 발행어음 자금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에 대한 대출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이번 제재 안건의 1차적인 쟁점 사안이다. 한투증권은 적법한 거래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번 건은 해당 SPC가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인수를 전제로 한 기업 대출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과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거래나 사모펀드(PEF)의 인수금융 과정에서도 똑같은 구조로 기업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제재 수준에 놀라고 있다. 금감원의 제재안은 기관 경고나 과태료뿐 아니라 대표이사를 비롯한 관련 임원 해임 안건까지 담고 있다.
한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TRS를 활용한 SPC 대출을 개인 대출로 해석할 여지는 있지만 예전 같으면 경영 지도 수준에서 끝날 문제”라며 “과거 수없는 SPC 대출 과정에서 아무런 지적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초대형 IB를 빌미로 중징계로 엄벌하는 건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번 징계 수준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사장은 “금감원의 제재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는 시점에서 이번 사안은 금융투자업계에 전반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안건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될 여지가 많아 제재심이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재심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총수익스와프(TRS)
total return swap. 실제 주식투자 없이 그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파생거래. 총수익매도자(주로 증권사)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총수익매수자(차입자)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약정이자를 받는 거래.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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