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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에 장사 없네…美 펀드마저 돈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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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수익률 10% 달했지만
4분기 급락…올 수익률 마이너스
글로벌 펀드 중 자금유출 최대



[ 마지혜 기자 ] 올해 3분기까지만 해도 투자자들 마음속엔 ‘신흥국과 유럽 등이 위험해도 미국은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세제 개편 효과로 소비와 투자가 함께 늘면서 미국 경제가 역대 최장 상승세를 이어갈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고 통상전쟁 우려가 짙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서 서둘러 돈을 빼고 있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미국 주식형펀드 48개에서 최근 한 달간 24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20개 지역별 펀드 중 이 기간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출됐다. 미국 펀드는 최근 한 달간 6.29%, 석 달간 11.76% 손실을 냈다. 9월 말까지만 해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9.82%에 달했지만 10월 이후 수익을 모두 반납하고 손실 구간으로 진입했다. 미국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지난 19일 기준 -3.75%다.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S&P500 구성 종목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최근 5년 평균의 하단 수준인 15배까지 내려왔다.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긍정적이지 않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지난 2월과 4월에도 금리 인상과 무역분쟁 우려로 하락했지만 그 정도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에 쉽게 반등했고, 10월에는 PER 17배 정도면 주가가 악재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인식이 있어 증시가 버텼다”며 “하지만 지금은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악화되면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퍼져 밸류에이션 매력만으로는 추세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성장 기대치가 낮아지면 밸류에이션이 먼저 하락하고, 뒤이어 기업이익 전망치가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된다”며 “기업이익 전망치 하향 움직임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주가는 추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말 연두교서(미 대통령이 1월 말~2월 초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연설)에서 추가 감세나 인프라 투자 등을 언급할 경우 시장의 성장 기대치 하락 우려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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