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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존재이유 묻게 하는 서울시·경기도 '거수기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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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35조7416억원 규모의 내년도 시 예산안을 의결했다. 경기도의회도 24조3731억원의 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두 ‘공룡’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다른 15개 광역 지자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하지만 두 곳 의회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해 제대로 된 예산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110석 중 102석을 점한 민주당은 10개 상임위 의장까지 독차지하고 있다. 같은 당 시장이 넘긴 예산안에 대한 치밀한 타당성 검토나 선심예산 걸러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경기도의회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역구 의원 129명 중 128명이 민주당이다. 도 의회는 ‘이재명표 무상복지’ 예산을 이의 없이 통과시킨 것은 물론, 최근 논란을 일으킨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 지원예산 147억원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부결된 것을 살려내기도 했다. 도내 18세 청년 전원을 국민연금에 조기 가입시켜주겠다는 이 프로그램은 국민연금 재정이 떠안게 될 부담과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 문제 등으로 도의회 보건복지위가 부결시켰으나 본회의가 원상 복구해 버렸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날림 예산처리를 보면 광역의회가 거수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시장·도지사와 광역의회가 같은 여당이라지만 도를 넘었다. ‘야합’이라는 비판이 나올 판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들인지, 예산 배정규모는 적정한지 ‘매의 눈’으로 감시하는 게 지방의회의 기본 책무다. 같은 정당끼리일수록 그런 기능과 역할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 지방의회의 존재이유에 관한 문제다. 두 의회는 그런 점에서 ‘직무유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뜩이나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예산편성 사례도 한둘이 아니다. 툭하면 반복되는 추경 편성이 대표적이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포퓰리즘 사업도 널렸다. 현금살포 방식의 지방 복지사업이 올해 1000건을 넘어섰다. 지방의회가 이런 것을 걸러줘야 한다. 재정분권의 자질을 묻게 하는 일이 너무 많다. 계속 반복되면 지방분권 자체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절제와 균형감각이 절실하다. 지방의회가 감시·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게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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