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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간적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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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간적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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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 세종문화회관 사장 ceo@sejongpac.or.kr >


TV로 골프 경기를 볼 때의 일이다. 완벽한 플레이로 우승을 목전에 둔 한 선수가 실수를 했는데, 해설자가 웃으며 “아주 인간적이네요”라는 말을 던졌다. 사람에게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장면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말투나 행동을 통해 사람을 평하곤 한다. 예컨대 ‘이성적이야’ 혹은 ‘기계적이야’와 같이 말이다. ‘-적’이라는 접사는 사전을 찾아보면 그 성격을 띠거나 관계된, 또는 그 상태로 됨을 뜻한다.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마 사람에게 ‘기계적’이라고 표현한다면 기계처럼 정해진 순서에 맞춰 업무를 처리하거나 냉철하게 이야기할 때 사용될 것이다.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그에게 따뜻함을 느낄 때 쓰인다.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거나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아니면 실수를 한 골프 선수처럼 약간은 허술하고 완벽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종종 이런 표현을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본래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예전에 친구들이 내게 “사람이 좋기만 하면 바보 같다”고 하곤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내가 바보라는 건가’ 싶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내가 인간적이라는 이야기구나’로 이해하니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기분이 좋다.

금주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애니’에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고아원 원장 해니건과 괴팍한 억만장자 워벅스가 나온다. 고약한 캐릭터임에도 이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인간적인 면 때문이다. 해니건은 엉뚱하면서 어설프고, 워벅스는 결국 마음을 열어 그도 역시 인간적인 면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적인 사람을 더 가까이하게 되는데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인간적이라는 것이 이성보다 감성에 충실한 걸 의미한다면, 감성이 오롯이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예술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기반이다.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감을 의미한다.

세종문화회관은 대한민국 공연예술계의 역사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억의 공간으로 시민들의 예술 향유에 앞장서왔다. 최근 문을 연 세종S씨어터는 세종문화회관이 예술 공간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말해주고 있다. 나 역시 예술 공간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인간적인 사람들이 많은 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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