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낮을 때 지배력 강화" 분석
순환출자 고리 해소 이후 대비
[ 임근호 기자 ] 정몽규 HDC 회장(사진)이 거액을 투입해 HDC 주식을 사고 있다. 주가가 많이 내렸을 때 지주회사 HDC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6~10일 약 61억원을 들여 HDC 주식 37만5348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지분율을 32.41%에서 33.04%로 끌어올렸다. 정 회장은 지난달 16~20일에도 HDC 주식 60만 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31.41%에서 32.41%로 높였다. 당시 매수 금액은 105억9819만원이었다.
HDC는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사업회사는 HDC현대산업개발로 갈라져 나왔다. 증권가는 30%대 지분을 가진 정 회장이 거금을 들여 지분율을 높이는 배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시절엔 정 회장 측 지분이 18.56%에 불과해 2012년 템플턴자산운용과 지분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지주사로 전환한 뒤에는 30%대로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이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HDC아이콘트롤스의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소폭 낮아질 것을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HDC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는 HDC 지분 1.78%를 보유하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아이콘트롤스가 HDC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 그만큼 정 회장 측 지분율이 낮아진다. 9월 말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4.29%였지만 HDC아이콘트롤스 지분율을 빼면 32.5%로 낮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보유 지분이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을 넘으면 정관 변경이나 이사·감사 해임, 합병 및 분할 등 특별 결의 시 유리하다”며 “순환출자 해소 전에 지배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HDC아이콘트롤스 지분을 빼도 정 회장 측 지분율이 34.14%다. HDC 주가가 올해 크게 내리면서 정 회장이 수월하게 지분율을 높일 수 있었다. HDC는 올 들어 43.8% 하락했다. 부동산 업황 둔화로 인한 자회사 실적 악화 우려가 영향을 줬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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