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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코노미] "아파트 사자마자 2억원 손실…9월 매수자는 뭘 잘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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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발표 직전 고점에서 매수
집값 하락세에 '잠 못 드는 밤'




50대 직장인 조영길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가슴이 답답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지난 9월 매입한 강남의 한 아파트 때문이다. 그가 계약한 전용 84㎡ 아파트 가격은 18억원. 사통팔달의 교통망에 명문학군, 재건축 사업 추진까지 다양한 호재를 갖춘 단지였다. 올여름 아파트값이 3~4억원 급등한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더 망설일 수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원씩 뛰는 가격을 보면서 조바심이 극에 달했다. 망설이는 동안 가격이 더 치솟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결과는 낭패였다. 계약 후 2개월여가 지난 현재 아파트 매도 호가는 16억원. 2억원이나 떨어졌다. 매수세가 없어 그 호가에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A씨는 “당장의 시세차익보다는 좋은 입지의 명품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매수했지만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가격을 보니 상투를 잡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그 돈을 벌기 위해 안먹고 안쓴 것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고 한숨을 쉬었다.

◆밤 잠 못이루는 9월 아파트 매수자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9·13 대책 이후 곳곳에서 최대 수억원 내린 급매물이 나오자 지난 9월 고점에 매입한 매수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급등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선 매수자들이 ‘공황’ 수준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A씨 같은 고민을 하는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9·13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과열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7~9월 계약건을 포함한 9월 거래 신고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이 9월 기록으론 역대 2번째인 1만2305건을 기록했다. 8~10월 계약건을 포함한 10월 신고건도 1만238건으로 1만건을 넘었다. 10월부터 아파트값이 급락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수억원 대 손실을 기록 중이다. 수천만원 대 손실을 보고 있는 이는 부지기수다.

◆불과 두달만에 2~3억원 손실 발생

계속 오를 것만 같았던 아파트값은 거짓말처럼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전용 133.97㎡(5층)는 1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10월 같은 면적이 12억1000만원(7층)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2개월 만에 1억1000만원 내린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는 지난 10월 초 12억8000만원에 손바뀜 했다. 지난달만해도 10억30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지금도 10억원 후반~11억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는 분당, 과천 등도 마찬가지다. 과천시 별양동 주공 6단지 전용 103㎡ 거래가도 지난 10월 13억7000만원에서 지난달 12억원으로 1억7000만원 떨어졌다.


시세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의 낙폭은 더 크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9월 20억5000만원(7층)에서 지난달 18억4500만원(4층)으로 2억원 이상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6㎡는 지난 9월 38억원에 실거래됐지만, 11월에는 33억원으로 5억원 급락했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 대표는 “9월 대책 발표 직전 구입한 매수자의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B공인 대표는 “대규모 대출을 끼고 매입한 이들은 금리마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밤잠을 못이루고 있다”며 “부부싸움을 밥먹듯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반포동 K공인 대표는 “내년에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어서 뒤늦게 상투를 잡은 이들이 아파트 매입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흐름 읽어야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 성숙해가고 행복 속에 사라져간다. 최고로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고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다.” 투자의 대가 존 템플턴이 남긴 명언이다.

이 명언처럼 많은 투자 고수들이 2013~21014년에 서울 아파트를 집중 매입했다. 대부분 개미투자자들이 ‘일본형 부동산 폭락이 온다’며 집을 쳐다보지도 않을 때다. 투자 고수들은 집값이 저점 대비 50% 이상 오른 2016년 이후 신규 매입을 중단했다. 집값이 끝없이 오를 것같은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이들은 과감히 욕심을 접었다.

하수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설마 더 오르겠냐’는 마음에 참고 참다가 상투를 잡았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거나 욕심에 눈이 멀었다.

시장 흐름을 읽느냐 못읽느냐에 따라 이처럼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고 강조한다. 영원한 하락도 영원한 상승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계속 폭락론만 외치거나 주구장창 우상향을 주장하는 이들은 가짜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현재 시장이 대세 상승국면인지, 대세 하락국면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주택관련 연구소와 제도권 전문가들의 대부분은 내년 서울 집값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2014년부터 시작된 서울의 대세 상승국면이 끝났다고 보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또 대세 상승국면이라고 하더라도 아파트값이 계단식으로 오른다는 점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계속 오르는 것이 아니라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면서 저점을 높여가는 것이다. 대세 상승기 때 나타나는 일시적 조정은 주로 정부 대책이 나올 때 나타난다. 이때 1~2억원씩 급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9월 매수자들은 조정을 기다리는게 옳았다고 강조한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부동산을 살 때는 매수자 우위일 때 거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다양한 매물을 두고 선택할 수 있고, 매도자와 가격 협상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초보들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예고됐음에도 집값이 한없이 올라가 버릴 것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덥석 계약을 체결한다”며 “가격이 급등하는 시점에는 매수자 우위이기 때문에 가격과 거래조건 모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내 집 마련을 생각한다면 내년이 좋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채 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수급 논리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정책 효과가 2년 이상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년 뒤에는 또다시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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