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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대륙의 기적' 샤오미, 알고보니 대부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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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개인대출 잔액, 2년간 80배↑
협력업체에 줄 물품대금이 사업 원천
전무후무한 수익모델 구축



스마트폰용 배터리부터 로봇청소기까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로 ‘대륙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얻은 샤오미. 판매 가격이 낮은만큼 샤오미는 오랫동안 1%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수익률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2015년 2.0%였던 영업이익률이 2016년 5.5%, 2017년 10.7%로 크게 뛴 것입니다.

물론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의 판매가 늘었습니다. 2015년 668억위안에서 2017년 1146억위안까지 뛰었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됩니다. 샤오미는 “제품 판매에 따른 수익률은 5% 이하로 맞춰 생산비가 떨어지면 그만큼 판매가도 낮추겠다”는 이른바 ‘5% 룰’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밀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샤오미의 신사업에 있습니다. 바로 개인대출입니다. 중국 경제주간 경제관찰보는 지난달 샤오미의 개인 대출 잔액이 2015년 1억100만위안에서 2016년 16억위안, 2017년 81억위안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출 금리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소 10% 이상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은행을 통한 개인 대출이 쉽지 않은 중국에서 기업들이 개인 대출에 나서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주력 은행을 엄격히 관리해 금융 관련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개인 대출 등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부분은 최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고 있습니다. 이같은 환경이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결제 등 핀테크 산업 발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런데 샤오미는 무슨 돈이 있어서 이렇게 공격적으로 대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일까요. 비밀은 독자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샤오미의 다양한 제품군에 있습니다. 샤오미 매장에 가면 식기와 전자저울, 장난감부터 전기자전거와 TV 등 덩치가 큰 제품까지 전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이 다양한 샤오미의 제품 중 샤오미가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품 박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공기정화기는 베이징에 있는 쯔미전자, 휴대폰 배터리는 장쑤성의 츠미전자, 카메라는 상하이의 신안디지털, 체중계는 안후이의 화미정보가 생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자신들이는 ‘샤오미 생태련(生態?) 기업’에 속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대출 자금은 이같은 협력사과의 관계에서 나옵니다. 매장과 인터넷을 통해 물품을 판매한 뒤 협력사들에 대한 대금 지급은 미루는 방식입니다. 샤오미가 물품을 판매한 뒤 협력사들에 대금을 지급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난해 36일에서 올해 77일로 두 배 이상 길어졌습니다. 해당 기간이 늘어날수록 샤오미가 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풍부해집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갑질’로 샤오미가 개인 대출 사업을 늘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샤오미는 ‘생태련 기업’에 속한 협력업체들과 특이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산하에 대규모 컨설팅 조직을 만들어 협력업체들의 일반적인 경영관리부터 디자인, 인력채용, 부품 및 원자재 구매, 부지 선정, 물류 관리까지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역시 협력업체들을 하나로 묶어 공동 구매를 해 매입 단가를 낮추고, 은행의 융자가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금리를 낮춥니다. 제품에 대한 디자인은 샤오미가 전담합니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생산비도 낮춰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샤오미가 적극적으로 제품군을 확대해가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샤오미의 수익 모델에서는 제품 판매에 따른 수익이 아닌 제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동성이 수익의 원천이 됩니다. 수익률과 상관없이 매출에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샤오미는 이를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샤오미 매장에 여행가방, 식기, 이불까지 진열돼 있는 이유입니다. 어떤 전자업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넓은 제품군의 배경은 특이한 수익 구조에 있습니다.

샤오미 제품이 징둥이나 텐마오 같은 전자제품 관련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판매한 대금을 가능한 오랫동안 보유하려면 전자상거래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판매해야 합니다. 샤오미가 제품군을 늘려가면서 결국에는 징둥 등과 경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물론 이같은 수익모델은 만만치 않은 위험 요소도 있습니다. 금융사업의 리스크가 그대로 샤오미와 협력업체들에 전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적 혼란으로 개인 대출이 크게 부실화되면 샤오미의 현금 유동성이 증발해 협력업체들에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제품군을 늘리며 샤오미가 관리해야할 영역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품군이 확장될수록 샤오미가 강점으로 삼는 가성비 높은 제품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에 힘이 부칠 수 있습니다. 일단 판매가 줄기 시작하면 수익의 원천인 대출 사업 자금도 감소하면서 수익률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샤오미는 단순히 가성비 높은 제품 뿐만 아니라 과거 어떤 하드웨어 제조업체도 선보인 적 없는 수익모델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다시 ‘대륙의 기적’이라고 부를만 합니다. 다만 샤오미가 이같은 기적을 얼마나 이어나갈 수 있을지, 다른 기업들에게도 효과적인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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