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내년초로 무게중심 이동
경호 의전 등 물리적 시간 부족
대통령도 12~14일 일정 소화키로
전문가 "김영남·이용호 해외 체류
김정은 연내 답방 물건너 갔다"
[ 박재원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답방 요청에 대한 북측 침묵이 길어지면서 경호·의전상의 물리적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청와대 내에서도 연내 답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측 의사에 달렸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사실상 연내 답방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12~14일 일정을 유동적으로 남겨뒀던 청와대는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의 연내 답방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실이 없으며, 서울 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내보다는 연초 답방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그들도 답방한다면 고려할 사항이 많기에 우리도 노심초사하지 않고 담담히 기다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 내에서도 연내 답방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7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연내 답방은 어렵다”고 단언했다. 청와대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답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당 중진 의원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연내 답방에 대한 북측의 부정적인 기류를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정은의 답방이 북한 내부에서 결정됐다면 이에 앞서 시 주석을 찾아가 방문 계획을 통보하고, 전략을 소통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김정은은 1차 미·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북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해 사전 논의를 한 적이 있다.
김정은 핵심 참모들이 해외 출장 중이란 점도 이유로 꼽았다. 서울 답방이 결정됐다면 북한 내부에서 기민한 준비작업이 벌어져야 하는데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중국 방문 뒤 몽골로 갔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쿠바 방문 후 아직 북한에 들어오지 않았다. 북한 매체의 침묵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대남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갑자기 지난주 남한 내 김정은 서울 답방 환영 분위기를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확연히 달라진 북측 분위기를 근거로 제시했다.
태 전 공사는 “대남 부서인 통일전선부에서 김정은 답방을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선전 매체를 통해 김정은 환영 단체의 활동 소식만을 선별 보도했을 것”이라며 “북한 내부 상황을 보면 김정은의 연내 답방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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