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27일(14: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코스톤아시아의 조학주, 최선호 공동대표는 2011년 초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을 찾아갔다. 셀트리온이 보유하던 자동차 안전벨트 제조업체 디비아이(현 우신세이프티시스템)를 매각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대우자동차 출신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07년 디비아이를 인수해 자동차 부품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바이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디비아이는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셀트리온엔 비핵심자산이었지만 코스톤아시아는 이 회사의 높은 기술력과 30년 넘는 업력에 주목했다. 차량용 안전 관련 부품은 수년간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다. 디바아이는 이미 한국GM 및 현대·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미국 코스톤캐피탈 본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디바아이의 해외 시장 진출도 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코스톤아시아는 그해 6월 150억원에 디비아이 지분 100%를 사들였다.
○조직 재정비·해외 수주로 기업 가치 상승
코스톤아시아가 디비아이 인수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 재정비였다. 오랜기간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고비용 구조가 심각했다. 경영진의 교체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였다. 원자재 구매시 철저하게 입찰을 거치도록 하는 등 원가 절감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러자 불과 6개월만에 비용이 15%나 줄어들었다.
고비용 구조가 해소되자 해외 영업에 팔을 걷어부쳤다. 우선 글로벌 안전벨트 제조회사 TRW 출신의 임원을 영입해 해외 영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후 한국GM에 집중됐던 매출을 GM글로벌로 확대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일단 GM글로벌이 요구하는 안전 기준과 기술 수준에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GM 기술개발 센터와 협업도 실시했다. GM글로벌로부터 합격점을 받은 후에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GM의 국가별 구매팀을 대상으로 영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코스톤캐피탈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 코스톤캐피탈의 창업자인 알버트 호크 회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댄 애커슨 전 GM 회장 등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었다. 결국 디바아이는 코스톤아시아에 인수된 지 1년만에 GM글로벌로부터 약 1억달러(1300억원) 규모의 장기 수주 계약 체결했다. 디비아이 설립 후 최초로 해외 물량을 확보한 쾌거였다. 인수 당시 연 매출액인 885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계약 규모로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중요한 기점이었다.
○국내외 자동차 부품사들 치열한 인수 경쟁
디비아이의 해외 물량 수주는 코스톤아시아의 조기 투자회수(엑시트)로 이어졌다. 한국 자동차 부품 회사에 눈독을 들이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다.
조학주 코스톤아시아 공동 대표는 “자동차 부품회사는 대규모 물량 수주에 성공할 경우 실적이 떨어지는게 일반적”이라며 “생산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반면 매출은 수년 뒤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비아이 매각도 수주 받은 물량이 매출로 잡히는 2~3년 뒤로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인수 요청이 빗발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매각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 글로벌 회사들이 인수의지를 드러내면서 인수전이 치열해졌다. 글로벌 유명 자동차 부품회사의 경우 본사 대표, 전략담당 부사장, 아시아태평양 대표 등이 모두 방한해 디비아이 매각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국내 부품회사들도 잇따라 인수 경쟁에 참여했다.
경쟁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인수가격과 고용승계 계획, 회사의 장기 발전 전략에서 앞선 국내 자동차부품업체 우신시스템을 새주인으로 낙점했다. 최선호 코스톤아시아 공동대표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일 새벽에 해외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직접 전화해 인수 가격을 올릴 테니 협의할 시간을 추가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면서 “가격도 중요하지만 매각 절차를 준수하고 거래의 확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신시스템에 매각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매각 후에도 실적 개선세 지속
코스톤아시아는 디비아이를 인수한지 2년만인 2013년 7월에 우신시스템에 210억원을 받고 팔았다. 내부수익률(IRR)은 21.5%에 달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이라는 투자 전략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매각 후에도 디비아이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불어나는 것도 코스톤아시아가 만족하는 성과다. 매각 당시 885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146억원까지 늘어났다. 우신시스템에 인수된 뒤 수주량도 늘어 앞으로도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코스톤아시아는 디비아이의 투자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중소·중견기업 투자 전문 PEF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음식물처리업체인 리클린, 음향기기업체인 삼본정밀전자 등의 경영권을 인수해 되파는 과정에서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등 활발한 투자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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