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세맨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마디에 뉴욕증시가 폭락했다. 미·중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부상하며 시장을 한파로 몰아 넣었다.
4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99.36포인트(3.10%) 급락한 25027.0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0.31포인트(3.24%) 급락한 2700.0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3.09포인트(3.80%) 폭락한 7158.43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장 중 800포인트 이상 내리면서 지난 10월10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S&P 500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가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자신은 '관세 맨(Tariff Man)'이라면서 중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중국을 향해 관세 부과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자신은 협상의 타결을 원하고 있으며, 아마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유지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 내에서부터 추가적인 협상 기간인 90일의 시작 시점을 두고 혼선이 제기된 점 등이 향후 협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키웠다. 중국 측에서는 90일 협상 기관에 관한 언급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시장은 미 국채금리 역전 가능성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무역협상 전개 상황을 주시했다.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시장의 불안을 촉발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의 격차(스프레드)는 10베이시스포인트(bp)로 약 11년래 최저치 수준으로 좁혀졌다. 전일에는 2년물 및 3년물 금리가 11년 만에 5년물 금리를 앞질렀다.
장기와 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은 통상적으로 향후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신호로 꼽힌다.
2년과 10년물 금리 차와 3개월물 및 10년물 금리 차가 가장 주목받는다. 일각에서는 2년, 3년 금리가 5년물 금리를 앞지른 경우 시차를 두고 10년물 금리와의 역전이 어김없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장기물 금리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면서 이전과 다른 완화적 발언을 내놓은 이후 하락 압력을 받았다. 반면 단기 금리는 오는 12월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하면서 낙폭이 제한됐다.
이밖에 영국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점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했다. 영국 하원은 이날부터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토론에 돌입했다. 오는 11일 표결이 예정됐다.
이날 종목별로는 JP모건체이스 주가가 4.5%가량 내렸고, 골드만삭스도 3.8%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0.15% 오른 유틸리티를 제외하고 전 업종이 내렸다. 금융주는 4.4% 폭락했다. 산업주도 4.35% 내렸고, 기술주도 3.86% 급락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공급관리협회(ISM)-뉴욕에 따르면 지난 11월 뉴욕시의 비즈니스 여건 지수는 전월 69.8에서 67.8로 하락했다. 7개월래 최저치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다면서 추가적 점진적 금리 인상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내년에도 미 경제 성장률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둔화 우려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우려와 무역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HT 웰쓰의 스티븐 두대시 대표는 "수학적인 관점에서 이는 엄청난 매수 기회"라면서도 "투자자들이 비합리적으로 되기 시작한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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