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제서야 ‘유성기업 폭력사건’에 대한 고용부 차원의 조사를 시작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경찰 수뇌부에 이 문제를 언급하며 “법질서 훼손에 엄정하게 대처해 달라”고 말했다. 사건 발생 11일 만이다. 고용부 장관의 뒤늦은 ‘대책반 구성’이나 행안부 장관의 뜸들인 경찰지휘권 행사나 뒷북행정이기는 마찬가지다.
회사 내 사장실에서 노조원들이 임원을 감금하고 집단 폭행한 유성기업의 폭력사태를 두고 노사 간 말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노조 측은 “노조파괴 공작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회사 측은 “그간 폭행 등으로 노조가 받은 유죄판결이 298건이나 된다”며 노조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 문제는 명백한 폭력 행사다. 이에 맞춰 공권력이 적시에, 제대로 대응했느냐를 문제 제기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이 회사 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이어서 정부가 과도하게 몸을 사려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터다. 민주노총이 근래 지방고용청 농성, 검찰청 기습시위, 총파업 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법적 행위를 저질렀는데도 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련의 친(親)노조 정책으로 정책적 노정(勞政)연대를 맺은 것 같은 행보를 보여 논란을 자초해왔다. 하지만 폭력 행사에 대한 공권력 집행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국회에서 그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정부와 시민사회·노조의 밀월관계는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말뿐이다. 유성기업 사태에 대한 엄정한 처리는 문 정부의 법치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법치는 국가라는 거대한 신뢰시스템이 유지되는 데 기본 중의 기본이다. 법치가 확립될수록 사회적 약자들이 먼저 보호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법치·준법이 사회적 갈등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늦은 만큼 한층 철저한 조사와 대처로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폭력과 떼법이라는 진짜 적폐를 하나씩 일소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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