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경고한 美 채권시장
경기 우려에 장기채금리 속락
초장기 채권금리는 더 큰폭 하락
안전자산 선호 현상 한층 강해져
[ 김진성 기자 ] 국내 장·단기 금리 차이가 갈수록 좁혀지면서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가 2016년 10월5일(0.194%포인트) 이후 2년2개월 만에 0.2%포인트 이내로 축소됐다. 장·단기 금리 격차 축소는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강력한 ‘전조’로 여겨진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6%포인트 내린 연 2.102%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7개월 동안 약 0.66%포인트 하락하면서 3년물(연 1.914%)과의 격차가 0.18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최근 인상됐지만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여전한 것이 장기채권 금리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낮춘 지난 10월과 비슷한 수준의 경기 진단을 내놓았다. 국제통화기금(IMF·2.8%) 한국개발연구원(KDI·2.7%) 무디스(2.5%) 등도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 상황에 더 민감한 초장기 채권금리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고채 20년물(연 2.048%)과 30년물(연 2.000%) 금리는 지난 7월부터 10년물 금리보다 더 낮아진 이후 어느덧 그 격차를 각각 0.054%포인트, 0.102%포인트까지 벌렸다. 30년물은 금통위가 열린 지난달 30일 연 1.974%까지 하락하며 2016년 11월 이후 2년 만에 1%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증시 분위기가 최근 많이 가라앉은 것도 투자자들의 채권 매수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만 해도 2300대를 유지하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2114.35까지 떨어졌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국내 경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한층 강해졌다”며 “장기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장·단기 금리 차가 크게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선 경기 전망이 바뀌지 않는 한 장·단기 금리 차가 더 좁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단기물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다. 이날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년물(연 1.843%)보다 0.071%포인트, 1년 만기 통화안정증권(연 1.893%)보다 0.021%포인트 높은 데 그치고 있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은 “단기 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장기 금리는 어두워진 경기 전망을 반영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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