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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출점제한 '담합'이라더니…대통령 한마디에 입장 바꾼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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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과밀해소 촉구에, 편의점 자율규약 당정 협의
사실상 '100m 거리제한' 묵인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점주 분노
자영업자 달래기 나섰다지만 "신규 진입 막는 反시장적 조치"



[ 이태훈/안재광 기자 ]
편의점 거리제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편의점을 새로 열려면 기존 편의점에서 50~100m 떨어져야 한다는 규제(편의점 신규 출점 거리제한)가 정부·여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어서다. 출점 제한은 기존 편의점주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란 시각이 있다. 전국 편의점 수가 4만 개를 넘어 포화 상태인 데다 최저임금마저 급격히 올라 편의점주 생계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거리제한이 기존 편의점주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업계 1위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반(反)시장적 조치란 주장도 나온다. 18년 전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은 일종의 담합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던 정부가 이 결정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18년 만에 부활한 거리제한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3일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 및 시행을 위한 당정협의를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협의 후 브리핑에서 “편의점 신규 개점을 보다 신중하게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별 ‘담배 소매인 지정거리’와 상권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는 담배를 팔 수 있는 소매점 간 거리를 조례를 통해 제한하고 있다. 서울을 예로 들면 대부분의 구(區)에서 담배 판매점 거리제한은 50m지만 서초구는 100m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내년부터 100m로 통일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그 밖의 시나 군은 50m가 기본이고 읍·면 이하 소재지는 100m가 기준이다.

자율규약을 마련한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거리제한 기준을 80m로 하는 안을 지난 7월 공정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거리제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게 일종의 ‘담합’으로 부당 공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반려했다. 편의점업계는 1994년에도 경쟁 편의점 브랜드 간 근접 출점을 막기 위해 ‘기존 편의점 80m 이내에는 신규 출점하지 않는다’는 협정을 맺었지만 공정위가 이를 경쟁사 간 담합 행위로 판단한 전례가 있다.

편의점주 반발 무마용?

공정위가 180도 방향을 바꾼 데는 배경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편의점 경영 환경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2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 출국 직전에는 자영업 대책 마련을 강조하며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편의점 과밀 해소를 위해 공정위가 잘 뒷받침하고 편의점주들이 효과를 피부로 느끼게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편의점주들은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작년 대비 16.4%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10.9% 올리기로 하자 공동휴업을 추진하는 등 집단 반발해왔다. 정부가 편의점의 로또복권 판매권 600여 개를 회수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편의점주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문 대통령이 거리제한 규정 마련을 서둘러 지시한 게 편의점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당국이 경쟁을 막는다”

편의점주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협회장은 “당초 점주들은 거리제한 기준이 250m가 되길 기대했다”며 “그보다 후퇴해 아쉽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점포 수가 CU GS25에 비해 크게 적은 이마트24 미니스톱 등은 이번 조치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업계 선두를 추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율규약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시장에 대한 신규 진입을 막는다는 점에서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불편만 초래하고 편의점주의 어려움은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실패한 정책으로 편의점주들의 반발을 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실정을 하는 것 같다”며 “경쟁 촉진을 최우선시해야 할 공정위가 대통령 지시라는 이유로 경쟁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율규약을 눈감아 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훈/안재광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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