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한국 시장만 노려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58억 달러로 세계에서 9번째로 크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게다가 복잡한 허가 절차와 낮은 수가 때문에 혁신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높다. 이에 따라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의료기기 업체의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돌아다니며 시장 분석
2012년 설립돼 지난해 매출 624억원을 올려 6년만에 65배 성장한 체외진단 기업 젠바디는 철저한 해외시장 조사 및 분석을 먼저 한 뒤 사업성 있는 제품을 개발해 성공한 사례다. 정점규 젠바디 대표는 1년 중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는 "각종 의료기기 관련 전시회, 현지 업체와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여러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2016년 브라질 정부와 3500만 달러 규모의 지카바이러스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2015년 브라질 출장 도중 브라질 보건성 장관을 만난 덕분이었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로슈 같은 다국적사에 지카바이러스 개발을 제안했지만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한 뒤 진단 업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정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게 브라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서 중남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했다. 젠바디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을 분석해보니 말라리아, 뎅기, 황열, 치쿤구니아 등 감염병 신속진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지난해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며 "매출액의 98%가 여기서 나온다"고 했다.
젠바디는 시장의 흐름에 맞춘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늘어나고 있는 호르몬 질환과 관련된 비타민D, 호모바닐린산(HMA), 갑상샘 호르몬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키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해외 의료진 가르쳐 시장 개척
자사 제품이 생소한 해외 의료진에게 사용법을 가르쳐 시장을 직접 만드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06년 한 해에만 12개 해외법인을 세우고 해외 의사를 대상으로 임플란트 시술 교육을 시작했다.
현재 해외에만 강의장 37곳, 연수병원 37곳이 있다. 매년 200여 회의 강연이 열리고 3000여 명이 교육과정을 수료한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약 4만8000명의 치과의사가 교육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20여 개국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50%로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해외 의사에게 낯선 리프팅실 시술 교육을 제공해 자사 제품 사용을 유도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법인이나 학회를 통해 현지 의료진이 참여하는 워크샵인 MUST를 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 중국, 영국 등에서 약 400명의 해외 의사를 대상으로 MUST를 10회 진행했다"며 "미국의 경우 MUST를 진행한 결과 지난 7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했다.
지난해 16억원이었던 리프팅실 매출이 올해 같은 기간 34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같은 기간 33%에서 52%로 증가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지난 9월 태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에도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해외 전문가와 네트워크 구축해야”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가운데 사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곳이 적지 않다. 폐암과 췌장암 진단 키트를 개발 중인 누리바이오는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한국보다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연구와 임상시험을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과 함께 진행해 2020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이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가 주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와 해외에서 열리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해외 주요 대학 및 병원 관계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남영현 대표는 "국내 바이오 벤처가 해외시장에 먼저 나서는 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임상을 함께 할 우수한 해외 연구자와 접촉하기 힘든 것"이라며 "바이엘, 필립스, 머크, 액센츄어 등이 개최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기술을 소개할 자리를 가지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했다.
물 속에서 바위에 잘 붙는 홍합의 원리를 활용해 지혈제를 개발한 이노테라피는 6조원 규모의 세계 지혈제 시장을 노리고 국내 임상 프로토콜을 유럽 CE 기준에 맞춰 설계해 해외시장 진출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CE 인증을 받으면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 진출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문수 대표는 "국내 시장만 생각했다면 임상을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겠지만 미리 해외 기준에 따라 임상을 완료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초 한국과 유럽에 동시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돌아다니며 시장 분석
2012년 설립돼 지난해 매출 624억원을 올려 6년만에 65배 성장한 체외진단 기업 젠바디는 철저한 해외시장 조사 및 분석을 먼저 한 뒤 사업성 있는 제품을 개발해 성공한 사례다. 정점규 젠바디 대표는 1년 중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는 "각종 의료기기 관련 전시회, 현지 업체와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여러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2016년 브라질 정부와 3500만 달러 규모의 지카바이러스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2015년 브라질 출장 도중 브라질 보건성 장관을 만난 덕분이었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로슈 같은 다국적사에 지카바이러스 개발을 제안했지만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한 뒤 진단 업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정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게 브라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서 중남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했다. 젠바디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을 분석해보니 말라리아, 뎅기, 황열, 치쿤구니아 등 감염병 신속진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지난해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며 "매출액의 98%가 여기서 나온다"고 했다.
젠바디는 시장의 흐름에 맞춘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늘어나고 있는 호르몬 질환과 관련된 비타민D, 호모바닐린산(HMA), 갑상샘 호르몬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키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해외 의료진 가르쳐 시장 개척
자사 제품이 생소한 해외 의료진에게 사용법을 가르쳐 시장을 직접 만드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06년 한 해에만 12개 해외법인을 세우고 해외 의사를 대상으로 임플란트 시술 교육을 시작했다.
현재 해외에만 강의장 37곳, 연수병원 37곳이 있다. 매년 200여 회의 강연이 열리고 3000여 명이 교육과정을 수료한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약 4만8000명의 치과의사가 교육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20여 개국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50%로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해외 의사에게 낯선 리프팅실 시술 교육을 제공해 자사 제품 사용을 유도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법인이나 학회를 통해 현지 의료진이 참여하는 워크샵인 MUST를 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 중국, 영국 등에서 약 400명의 해외 의사를 대상으로 MUST를 10회 진행했다"며 "미국의 경우 MUST를 진행한 결과 지난 7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했다.
지난해 16억원이었던 리프팅실 매출이 올해 같은 기간 34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같은 기간 33%에서 52%로 증가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지난 9월 태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에도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해외 전문가와 네트워크 구축해야”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가운데 사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곳이 적지 않다. 폐암과 췌장암 진단 키트를 개발 중인 누리바이오는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한국보다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연구와 임상시험을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과 함께 진행해 2020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이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가 주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와 해외에서 열리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해외 주요 대학 및 병원 관계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남영현 대표는 "국내 바이오 벤처가 해외시장에 먼저 나서는 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임상을 함께 할 우수한 해외 연구자와 접촉하기 힘든 것"이라며 "바이엘, 필립스, 머크, 액센츄어 등이 개최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기술을 소개할 자리를 가지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했다.
물 속에서 바위에 잘 붙는 홍합의 원리를 활용해 지혈제를 개발한 이노테라피는 6조원 규모의 세계 지혈제 시장을 노리고 국내 임상 프로토콜을 유럽 CE 기준에 맞춰 설계해 해외시장 진출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CE 인증을 받으면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 진출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문수 대표는 "국내 시장만 생각했다면 임상을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겠지만 미리 해외 기준에 따라 임상을 완료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초 한국과 유럽에 동시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