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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데리고 '문센' 가는 아빠들…남성의 육아용품 구매 3년새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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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쑥쑥 크는 '라테 파파' 시장

아빠의 아기 마사지·미술클럽 등 문화센터 男 수강생 30% 늘어
대형 아기띠·칼집 안나는 도마…남성 겨냥 육아·주방용품 인기
서툰 아빠의 육아일기 영상 등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만명 넘어



[ 이수빈/전범진/주은진 기자 ] 직장인 김경식 씨(34)는 매주 토요일 두 살배기 아들과 롯데백화점 서울 노원점을 찾는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의 ‘트니트니 키즈챔프’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매주 40분씩 아이와 함께 볼링·펜싱 등 스포츠를 배우면서 더 친해졌다”며 “이번 강좌가 끝나면 다른 프로그램도 수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센터 등에 몰리는 ‘라테 파파’

‘엄마의 무대’였던 육아에 아빠가 뛰어들고 있다. 자녀와 함께 백화점 문센(문화센터)을 찾는 아빠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선 지난여름 육아강좌 남성 수강생이 작년에 비해 30% 늘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가 마련한 ‘아빠와 퍼니러니 스포츠클럽’, ‘베이비 마사지 요가’ 등 남성 전용 육아강좌도 수강신청 당일 마감됐다. 신세계아카데미 종로본점 역시 올겨울 ‘아빠와 함께 루돌프 토피어리 만들기’ ‘아빠와 함께하는 퍼포먼스 미술-매직 클레이’ 등 아빠를 위한 특강을 편성했다.

아빠들의 발걸음은 육아 박람회로도 향한다. 올해 국내 최대 출산·육아 박람회 ‘베이비 페어’의 남성 관람객 비율은 39.7%였다. 2013년 26%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황동욱 베페 홍보팀 주임은 “과거에는 부인이 제품을 둘러보는 동안 옆에 서서 구경만 했던 남성 관람객들이 최근 들어 직접 제품 기능성을 따져보고, 원재료 등을 꼼꼼하게 물어보는 등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아빠를 겨냥한 아이디어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진한공업이 개발한 ‘도블레 칼집이 나지 않는 도마’는 칼질이 서툴지만 이유식 제조에 도전하는 아빠들에게 인기가 높다. 회사 측은 “칼질에 익숙하지 않은 아빠들은 힘주어 재료를 자르다 도마에 자국을 남기거나 손을 다치기 쉽다”며 “이런 점에 착안해 가볍고도 칼자국이 남지 않는 도마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티몬 창립멤버인 임이랑 코니아기띠 대표는 기존 아기띠가 여성용 사이즈로만 출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작년 9월 처음 선보인 코니아기띠는 남성용 L, XL, XXL 사이즈도 갖췄다.


놀이·안전용품이 ‘킬러 아이템’

육아시장에서 아빠들의 ‘장바구니’는 엄마들과는 다르다. 주로 놀이용품과 안전용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8년 1월1일부터 11월15일까지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에서 남성의 육아용품 구매액은 3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06% 증가했다. 미아방지 용품 매출의 26%는 남성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나왔다. 카시트 용품(남성 비중 26%)과 로봇 작동완구(28%) 등도 아빠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아빠들이 영상으로 기록한 육아일기가 올라온다. 그중 ‘무파사’, ‘창이의 일상’, ‘솔잎이네 육아일기’ 등 채널은 구독자 1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서툰 아빠’들의 육아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웃기도 하는 게 이들 콘텐츠의 매력이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아빠는 분유 온도를 맞추는 기본적인 일까지 실수를 연발한다. 하지만 퇴근 후에도 피곤한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거나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가며 노력한다.

아빠들은 다른 부모들에게 ‘꿀팁’을 전수하기도 한다. 솔잎이네 육아일기 채널은 아이의 성장 시기별로 함께하면 좋은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무파사 채널은 아빠가 직접 아이를 목욕시키며 목욕 시 주의해야 할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육아채널에 정보가 소개된 제품들은 간접적으로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 채널에 사용 장면이 등장했던 유아용 로션을 판매 중인 ‘브랜드니오’ 관계자는 “관련 콘텐츠가 바이럴마케팅에 성공하며 연관 검색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이 등장한 영상은 조회수가 50만 회에 달한다.

대기업이 선도한 남성 육아휴직

아빠들이 육아에 뛰어든 데는 사기업들의 적극적인 육아휴직 제도가 한몫했다. 기업들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준수하는 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작년 1월 대기업 최초로 94개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 본인이나 배우자가 출산할 경우 의무적으로 1개월 이상 휴직해야 한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김경식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 대리는 “육아휴직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라 편하게 아이에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출산과 육아 시기별로 다양한 휴가 제도를 시행 중이다. 미취학, 초·중·고 자녀를 둔 직원이라면 입학식, 졸업식, 학예회, 공개수업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 1년에 10일가량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 중인 직원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있다.

■라테 파파

latte papa.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미는 아버지라는 의미로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

이수빈/전범진/주은진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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