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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화성 탐사와 테라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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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다른 행성에 지구(terra)와 비슷한 생태계를 형성(forming)하는 ‘테라포밍(terraforming)’ 개념은 1930년대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했다. 이를 과학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었다. 처음 대상으로 삼은 행성은 금성이었다. 세이건은 196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엽록소로 동화 작용을 하는 조류(藻類)를 금성에 이식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금성의 고농도 황산과 높은 기압, 뜨거운 표면 때문에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계속한 그는 1973년 테라포밍 대상을 화성으로 바꿨다. 3년 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은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이후 테라포밍 연구에 불이 붙었다. 1982년에는 NASA 연구원 크리스토퍼 매케이가 《화성 테라포밍》이라는 책에서 단계별 아이디어까지 제시했다.

화성은 토양에 산화철이 많아 붉은 빛을 띤다. 동양에서는 불 화(火)자를 써서 화성(火星), 서양에서는 정열적인 전쟁의 신 이름을 딴 ‘마르스(Mars)’와 함께 ‘레드 플래닛(red planet·붉은 행성)’이라고도 부른다. 이 붉은 별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푸른 별로 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 영화 ‘레드 플래닛’에 몇 가지 힌트가 들어 있다. 이끼 종자를 담은 무인로켓을 화성으로 발사한 뒤 번식된 이끼에서 물과 산소를 얻는다는 것이다.

과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원리에 주목하고 있다. 화성 극지방의 드라이아이스 같은 ‘극관’을 천천히 녹여 물을 얻고 대기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광범위하게 정착시킨다. 산화철이 많은 화성에 가장 적합한 박테리아로는 ‘크루토시다이옵시스’라는 종(種)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이 오래 걸리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2024년까지 지구인 거주지를 세우겠다는 행성도 화성이다. NASA 역시 203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낼 계획으로 특수 우주복을 개발했다. 지난 27일에는 화성의 내부 지각과 핵을 조사할 NASA의 무인 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에 안착했다. 인사이트는 2012년 먼저 도착한 탐사선 ‘큐리오시티’와 함께 화성을 입체적으로 탐색하게 된다. 이들의 역할에 따라 화성이 언제쯤 ‘제2의 지구’가 될 수 있을지 가려질 전망이다.

이번 인사이트호 발사에는 미국이 8억1400만달러, 프랑스와 독일이 1억8000만달러를 공동투자했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앞선 기술에 비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발사체의 비행 능력도 시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어제 쏘아올린 한국형 엔진 시험발사체 ‘누리호’가 우주개발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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