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똥집(닭모래주머니)에 소주 한 잔이 해외에서 먹힐까.
한국의 맛과 정을 실은 ‘포장마차’가 국경을 넘어 프랑스 파리, 도빌, 덴마크 코펜하겐 3개 도시에 문을 연다.
올리브와 tvN에서 동시 방송되는 ‘국경없는 포차’는 ‘포장마차 세계일주’라는 콘셉트로 박중훈, 신세경, 안정환, 이이경, 샘 오취리, 에이핑크 보미, 마이크로닷은 17일간 세 개 도시에서 포차의 문을 열었다.
3개 도시에는 박중훈, 신세경, 안정환, 이이경이 고정 멤버로 참여하며 파리 포차엔 샘 오취리, 도빌 ‘선셋 포차’엔 마이크로닷, 코펜하겐 ‘휘게 포차’엔 에이핑크 보미가 스페셜 크루로 재미를 더한다.
앞서 tvN에선 ‘윤식당’, ‘현지에서 먹힐까’ 등 한국 요리를 세계 무대에 내놓고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이 즐비해왔다. ‘국경없는 포차’ 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몰카 논란을 극복하고, 신선한 재미로 안방극장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
◆ 신세경·보미 몰카 논란…"선처는 없다"
‘국경없는 포차’는 첫 방송도 되기 전 논란에 휩싸였다. 카메라 장비 업체 직원 A씨는 지난 9월 15일 해외 촬영에 동행해 출연자 신세경,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윤보미가 머무는 숙소에 불법 촬영 장비(몰카)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것.
A씨가 설치한 몰카 장비는 방에 머물던 신세경에 의해 발견됐고 제작진은 이를 입수해 즉각 귀국했다. 압수된 장비에선 문제가 될 장면이 찍혀있지 않았으나 A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제작진은 피해자인 신세경 윤보미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재발방지 가이드를 구축하고 외주업체 관리 등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열린 ‘국경없는 포차’ 제작발표회에서 박경덕 PD는 먼저 이에 대해 언급하고 나섰다. 박 PD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을 텐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해외촬영 막바지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어서,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놀라고 당황했을 출연자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막바지에 일어난 일이라, 한국에서 합법적인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저희들은 출연자들과 마음을 모아 좋은 콘텐츠로 보답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신세경은 "어떤 데이터가 담겨 있는지 보다 불법 촬영이라는 목적과 의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선처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법 촬영과 2차 가해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 가해자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완벽하게 보호 받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신세경은 "저희는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다. 저희 즐거움과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이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박중훈X신세경, 예능 신생아들의 신선한 조합
한국 음식을 현지에서 직접 해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많았다. 박경덕 PD는 먼저 출연자들의 매력에 관전 포인트를 기댔다. 박중훈, 신세경 등은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보지 못했던 '레어템'이다.
박 PD는 “출연자들이 차별된 포인트”라며 “포장마타 콘셉트에는 함축적인 힘이 있다. 기존의 다른 프로그램과는 다른 색이 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현지 외국인들과 인연을 맺고 교감을 쌓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멤버 중 큰 형님 역을 도맡은 박중훈은 “신세경 빼고는 다 처음 출연했다. 불화가 있거나 맞지 않으면 잘 안 된다고 하더라. 제법 긴 시간을 전혀 불화 없이 우애 있게 촬영한 것이 너무 기뻤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안정환은 아시안 게임 해설 및 본인 일정으로 스케줄이 불가했는데 저 때문에 호의를 가지고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저는 영광이었다. 내심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제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축지법 쓰듯이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멤버들에 관해서도 한 명씩 언급했다. 그는 “신세경은 새침하고 까다롭고 하지 않을까 했었다. 같이 하면서 그렇게 소탈할 수 없더라. 전체를 위해 자기를 죽인다고 할까? 낮추는 법을 알더라. 저도 에너지가 많은 편인데, 샘 오취리는 에너자이저다. 저는 거의 가만히 있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사실 에이핑크라는 이름만 들었지 보미에 대해 잘 몰랐다. 어쩜 그렇게 상냥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그냥 안아준 적이 많았다. 마이크로닷은 축구선수 ‘루니’라고 불렀다. 이이경도 열심히 하고 잘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경없는 포차’에서 메인 셰프는 신세경, 수셰프는 이이경이 역할을 분담했다. 신세경은 “셰프로 총괄을 했다고 하기에는 이이경이 맡아 준 임무가 굉장히 크다. 부끄러운 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이경이 현장에서 굉장히 지혜롭게 운영해줬다. 같이 했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익숙하지 않아 버거운 적도 있지만 그 또한 이겨냈다"고 말했다.
보미가 오기 전까지 유일한 홍일점인 그는 "보미가 오고 편안함을 느꼈지만 그 전까지는 불편함을 느꼈다고 하기에는 하루가 너무나 바쁘고 열심히 계란을 마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신세경이 가장 의지한 사람은 박중훈이다. 그는 "저로서는 직속 선배시다. 현장에서 하시는 것 많이 따라하게 되고 컨디션을 살피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후배들의 컨디션을 챙기시고 돌보아 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안정환은 "멤버 중 중간 정도 나이, 역할이라 부족한 부분 있으면 '땜빵'을 많이 했다. 사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해외 생활을 해봤기에 이거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출연 제안 받고 박중훈 형님 때문에 결정했다. 워낙 팬이었고, 너무 궁금해서 출연하게 됐다. 포차 프로그램 의도는 잘 몰랐다. 막상 가서 보니까 포차가 주는 한국의 매력을 프랑스나 덴마크에 많이 알려드리고 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샘 오취리는 "일단 저도 국경을 넘어 온 사람이다. '대한가나사람'으로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10년 넘게 한국에 살았는데 한국 문화를 엄청 많이 사랑하게 됐고,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잠깐 했었다. 좋은 포차 문화를 외국인 친구들에 소개하고, 함께 즐길수 있어 좋았다"고 털어놨다.
촬영 비하인드에 대해 샘 오취리는 "아프리카 친구들이 많이 왔다. 저보다 한국어를 훨씬 잘하는 분들도 있더라. 프랑스에서 한국을 공부하기도 한다. 모두 한국의 트로트, 음식도 좋아하고, 너무 기뻤고 반가웠다"면서 "우리나라 문화, 음식이 이렇게 매력있고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진정성 없이 할 수 없는 프로그램, 수익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
출연진은 ‘국경없는 포차’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박 PD는 "이 프로그램 자체가 본인이 하고 싶어 해야 나올 수 있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의도적으로 섭외한 것이 아니라 이런 콘셉트를 좋아하는 분들을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신세경은 "리얼리티 예능도 다양한 결이 있지 않나. 프로그램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포장마차를 열고 세계의 많은 분들과 교류를 하는 게 나와 잘 맞는 것 같았다"고 칭찬해다.
안정환은 "이렇게 진정성이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멤버 모두 최선을 다 했고 열심히 했다"면서 "꼭 보지 않으시더라도 우리 프로그램을 틀어만 놓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중훈은 "촬영하고 편집할 땐 이 프로그램이 우리들의 것이지만 전파가 되는 순간 시청자의 것이 된다. 만든 사람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고 느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데 법적 절차를 밟았냐는 질문에 박 PD는 “현지 법적 절차를 거쳐 철저히 예방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경없는 포차’로 발생한 모든 수익금은 국경없는 의사회에 전부 기부된다. 고객들이 포장마차에서 즐긴 만큼 금액을 직접 기부하는 방식이다. 돈을 벌고 그런 것은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 포차'는 오는 21일 수요일 밤 11시 올리브-tvN 첫 방송.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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