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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처럼 포근…'뽀글이 패션'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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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올겨울엔 '플리스'
투박해도 편안함 추구 '고프코어룩' 뜨면서
가벼운 데다 가격 저렴한 '플리스 소재' 부상

명품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출시 잇따라
파타고니아 '클래식 레트로-X' 제품 인기
유니클로 '女 노칼라 재킷' 품절도



[ 민지혜 기자 ]
올겨울을 앞두고 벌써부터 ‘패피(패션피플)’들은 플리스(fleece)를 입고 있다. 플리스는 재킷부터 조끼, 가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입는 사람은 물론 보는 사람까지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하는 플리스는 ‘뽀글이 패션’으로 불린다. 캐주얼한 의류, 복고 패션이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데다 가격이 싸고 가볍게 걸치기 좋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버사이즈로 플리스 재킷을 입으면 “옷 좀 잘 입었다”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원래 플리스의 목적이었던 따뜻함은 덤이 된 요즘이다.

가볍고 보온성이 기본 장점

플리스는 폴리에스테르 계열의 직물이다. 표면을 양털처럼 복슬복슬하게 제작해 풍성한 느낌을 주는 보온 소재다. 촉감이 부드럽고 무게가 가벼운 게 큰 장점이다. 합성소재여서 가격이 싸고 옷을 관리하기도 편하다. 물에 잘 젖지 않고, 젖어도 금세 마른다. 따라서 눈이나 비가 올 때 입기에도 부담이 없다. 가격도 비싸고 관리하기가 까다로운 양털, 무스탕 같은 소재와는 정반대다. 최근 플리스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다.

플리스 소재가 인기를 끈 또 다른 이유로 ‘고프코어(gorpcore) 룩’이란 트렌드를 꼽을 수 있다. 고프코어는 그래놀라(granola)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첫 글자를 딴 단어다. 야외활동을 할 때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주로 들고나가는 믹스 견과류를 의미한다. 고프코어 룩이라는 패션 트렌드는 편안함과 개성, 실용성을 함께 살린 스타일로 해석된다. 투박하지만 편안한 스타일, 무심히 걸쳐 입은 듯 도톰한 오버사이즈 재킷, 그리고 밑창이 두툼한 어글리 슈즈 등이 대표적인 고프코어 룩이다. 플리스도 고프코어 룩의 행렬에 최근 동참했다.


국내외 브랜드마다 플리스를 전면에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먼저 나섰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플리스, 페이크 퍼(fake fur)를 사용한 외투를 출시했다. 디스퀘어드2는 소매, 안감 등에 복슬거리는 플리스 소재를 덧댔다. 플리스가 이너는 물론 아우터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시나드 회장이 고안한 클래식 레트로-X 재킷은 바람을 막아주고 한겨울엔 이너 재킷으로 입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한겨울에도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잘 보존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겉감(신칠라 플리스)과 안감(폴리에스테르 메시) 사이에 방풍, 투습 기능을 갖춘 특수소재(멤브레인)를 넣었다. 내구성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클래식 레트로-X 재킷은 29만8000원, 베스트는 23만8000원이다.

유니클로는 올해 플리스 제품인 ‘후리스’의 종류를 더 늘렸다. 유니클로는 1998년 일본 섬유업체 도레이와 플리스 소재를 개발해 후리스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기 시작하며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여성용 ‘후리스 노칼라 재킷’은 칼라가 달려 있지 않아 이너로 입기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여성용 ‘U후리스 블루종’도 출시 1주일 만에 품절됐다. 유니클로 후리스 재킷류는 2만9900~4만9900원대다.


국내 브랜드도 잇달아 플리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스티브J와 요니P 디자이너의 ‘SJYP’는 뒤집어서 입을 수 있는 ‘리버서블 셰르파 롱 점퍼’를 올겨울 주력상품으로 선보였다. 점퍼 스타일의 외투, 데님 겉에 플리스를 덧댄 옷도 올겨울 인기 상품이다.

빈폴레이디스는 젊은 세대를 위한 ‘부클 짚업 카디건’을 선보였고, 질스튜어트는 복슬복슬한 ‘부클 롱코트’와 모자가 달린 ‘플리스 후드점퍼’를 내놨다. 지컷은 이달 처음 출시한 ‘퍼 컬렉션’을 통해 복슬거리는 외투를 여러 디자인으로 제작해 팔고 있다.


플리스 관련 매출도 증가

플리스 제품이 인기를 끌자 관련 매출도 뛰고 있다. 1980년대부터 플리스 재킷을 생산해온 미국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클래식 레트로-X와 레트로 파일 등 플리스 재킷 매출은 올 들어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 가량 많아졌다. 에잇세컨즈 플리스 제품의 올해 매출도 작년 동기 대비 다섯 배가량 뛰었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키퍼 리버서블’은 30~40대가 몰리면서 1차 생산량의 90%가 팔렸다.

방미애 코오롱스포츠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최근 고프코어 룩이 인기를 끌면서 실용적이고 멋스러운 옷,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플리스는 당분간 계속 유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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