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지층서 이탈하는 20代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質 높이는 정책에 신규 고용 막혀
친인척 특혜채용·병역거부 합법화에 "공정하지 않다" 분노
국민연금 개편 거센 반발…집값 급등도 상대적 박탈감 키워
[ 고경봉/성수영 기자 ]
“현재 취업난에 허덕이는 취업준비생에게도 공평하게 기회를 열어줄 수는 없었나요?”(동의 2200명)
“국민연금의 재정폭탄이 터지는 날이 올 텐데 그걸 무슨 수로 막으실 겁니까?”(동의 2만7000명)
올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그에 따른 고용세습·채용비리였다. 이를 비판하는 글은 6개월간 1000건 넘게 올라왔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식의 국민연금 개편이 추진되는 것에도 반발이 거세다. 연금 고갈을 더욱 앞당겨 미래 세대인 20대에는 부담만 키우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폐지하라거나 가입을 자율화하라는 청원은 같은 기간 500건 넘게 쏟아졌다. 정부의 호의적 난민정책과 양심적 병역 거부 합법화에 항의하는 게시글도 한 달 새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모두 장년층보다는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다.
일련의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는 20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대의 불만은 최근 여론조사기관의 연령대별 지지율 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20~40대에서 모두 하락세가 나타나지만 20대의 낙폭이 가장 두드러진다.
“정부 정책에 우리는 없나” 화난 20대
한국갤럽이 지난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국정 지지율은 올초 77%에서 현재 59%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각각 62%를 기록한 30대와 40대보다 4%포인트 낮았다. 알앤써치 조사에선 더 심각한 것으로 나왔다. 20대의 국정 지지율이 1월 초 71.5%에서 이달 첫주 48.8%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40대 지지율이 81.0%에서 72.1%로 떨어진 점과 비교하면 낙폭이 매우 크다.
전문가들은 고용 쇼크가 청년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단초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신규 고용을 줄였다. 이미 취업 울타리를 넘은 30, 40대의 일자리 안정을 위해 취준생 중심의 20대가 상대적으로 희생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고공행진한 점도 20대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
일자리 쇼크에 대응해 정부가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를 급히 늘렸지만 오히려 청년들의 불만만 더 키웠다. 각 대학교 게시판에는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고 취준생들은 빈 강의실 불 끄기, 풀 뽑기 단기 일자리에 동원하다니…”(고려대 고파스) “강의실 불 끄고 다니는 일자리? 불 켜는 팀도 뽑으면 무한정 일자리 늘릴 수 있겠네”(연세대 세연넷) 등 허탈감과 비아냥이 뒤섞인 글이 잇따랐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청년의 국정 지지율 하락은 더 두드러진다. 일본은 고용시장의 빠른 회복세 덕에 아베 신조 내각에 대한 청년층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대 지지율은 전체 평균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63%에 달한다.
미래 세대 부담에 대한 우려도 증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면서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기금의 쓰임새를 대폭 늘린 점도 젊은 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모두 현재 노후 세대의 소득을 늘리고 재직자와 실업자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내용이다. 청년층은 기존 중장년층이 혜택을 보는 반면 기금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자신들의 미래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공공기관 친인척 특혜 채용’ ‘양심적 병역 거부 합법화’ 등도 취업과 병역의무를 고민해야 하는 젊은 층을 자극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고용정책, 복지정책, 대북정책 등 일련의 정부 정책이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20대의 불만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20대는 진보적인 성향의 30, 40대와 달리 실용적 색채가 강해 노력의 대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면 더 크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고 말했다.
고경봉/성수영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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