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무역전쟁·유럽 불안
美 수출기업 실적 발목 잡혀
달러가치 1년 6개월 만에 최고
[ 김형규 기자 ]
최근 미국 증시 하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강(强)달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경제가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면서 나타난 달러 가치 상승이 앞으로 미국 기업의 이익 감소와 수출경쟁력 약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CNBC는 12일(현지시간)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주식 매도세 뒤에는 강달러 흐름이 숨어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와 엔, 캐나다 달러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97.5까지 상승해 2017년 5월 중순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로 인해 미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분석이 많다. 톰슨로이터는 S&P500지수에 포함된 500개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3분기 28%에서 4분기 18%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업은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어 강달러는 수출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문사 블리클리어드바이저리의 피터 부크바는 “지난 3분기가 기업 이익의 정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 흐름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이탈리아의 대규모 적자 예산안 등으로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것도 강달러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내달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달러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달러화 가치는 보통 연말에 더 강세를 보인다. 미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보내기 위한 달러 환전이 많아져서다. 미쓰비시UFJ는 “미국 기업들이 하반기에 해외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규모가 전년 대비 1.5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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