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구팀, 세계 첫 임상시작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신경세포 240만개 뇌에 이식
아직까지 부작용은 없어
면역거부반응 문제는 과제
암세포로 변형 땐 제거해야
[ 임락근 기자 ] 유도만능줄기(iPS)세포로 만든 신경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첫 임상시험이 일본에서 이뤄졌다. 아직까지 파킨슨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이번 임상시험이 상용화로 이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다카하시 준 교토대 뇌신경외과 교수팀은 9일 iPS세포로 신경세포를 만들어 50대 남성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근육 경직, 손발 떨림이 일어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지난해 한국에서 파킨슨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0만716명이었다.
다카하시 교수팀은 지난달 교토대병원에서 환자의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고 좌측 뇌에 약 240만 개의 세포를 특수한 주사침으로 이식했다. 소실된 신경세포를 iPS세포로 만든 신경세포로 채운 것이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건강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하시 교수는 “수술 후 경과는 양호하다”며 “지금껏 쌓아온 연구에 대한 심판이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엄숙한 기분”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6개월가량 뒤 우측 뇌에도 이식할 계획이다.
iPS세포는 머리카락, 혈액, 피부 등 체세포가 다양한 조직 세포로 분화되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세포다.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배아줄기세포나 국내에 이미 치료제로 출시된 성체줄기세포와는 다르다. 난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 논란에서 자유롭고 성체줄기세포보다 분화 능력이 뛰어나다. 다만 환자의 체세포에서 iPS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토대 연구팀은 건강한 타인의 체세포로 만든 iPS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도 교토대 iPS세포연구소(CiRA)가 미리 비축해 둔 건강한 사람의 iPS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를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식하는 것인 만큼 면역거부반응 문제는 남아있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면역거부반응에 대비해 면역억제제를 1년간 투여할 예정이다. 만일 암세포로 변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방사선 치료나 수술로 제거할 계획이다.
지난해 1월 타가세포 유래의 iPS세포로 만든 망막세포를 이식한 70대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에게서 망막이 부어오르는 등 합병증이 나타나 망막의 앞부분인 망막전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도 했다.
교토대는 2020년까지 50~69세 환자 7명에게 이식 수술을 할 예정이다.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일본 제약사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과 손잡고 판매 승인 신청을 낼 계획이다. 연구팀은 임상시험 경과가 좋으면 건강보험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iPS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활발하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다른 사람의 세포로 만든 iPS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실명을 일으키는 난치병인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한 뒤 파킨슨병, 심근경색 등으로 대상 질환을 넓히고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