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기한 24일 앞두고 경제수장 교체
한국당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
與 중진 "공표효과도 못 누려
정책 일관성 유지엔 도움될 듯"
[ 김우섭/박종필 기자 ] 정치권은 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기용에 기대보다 우려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을 강행하겠다는 선전포고” “돌려막기식 회전문 인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정책실장 인사에 날을 세웠다. 야당 경제통 의원들은 예산안 심사기간 중 경제수장을 교체한 전례가 없다며 졸속예산심사를 우려했다.
한 달 뒤면 물러날 김 부총리가 협상력과 결단이 필요한 예산 정국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야당은 “예산안 심사 기간에 ‘경제 수장’을 교체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국회를 무시하는 인사”라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벌써 내년 예산안 졸속 심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산안 심사 중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두고도 반발이 거세다. 이에 따라 야당에선 예산안 심사 마감 이후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와대가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20일 안에 청문회를 마치고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사실상 예산안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정된 12월2일 이전에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여의치 않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홍 후보자는 중요 사안만 보고를 받고, 예산안 전반은 김 부총리가 책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도 교체설이 불거진 후에 “예산 심사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연말엔 예산 부수법안 등 기재위 업무가 많은데 청문회까지 준비할 경우 졸속 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9·13 부동산 대책 발표 때 같이 내놓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하루 전인 12월1일 정부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야당의 반발이 심한 부동산 관련 법들이 인사청문회와 맞물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에선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예산 심사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당에서도 경제 수장 교체를 두고 뒷말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예산 심사 기간 중 경제 수장을 교체한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경제 수장 인사는 ‘어나운스먼트 이펙트’(공표 효과)가 있어야 했는데 이번 인사는 여러 가지로 꼬였다”고 평가했다.
규제 완화 등 경제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홍 후보자가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기재부 출신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공직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도덕성 등 신상 검증보다는 소득주도 성장의 계승 등 자질 검증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안에선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불거졌던 경제라인 간 불협화음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당·정·청 회의를 함께 해보면 자기 소신이 뚜렷하고,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며 “‘외유내강’형 인물로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잘 계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우섭/박종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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