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 필요"
20년간 미국 3M 본사서 일하며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 높이 사
구광모 회장, 안정보다 변화 선택
이달 말 임원인사폭 클 것으로 예상
LG가 그룹의 모태인 LG화학의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수혈했다. 1947년 회사 설립 후 처음이다. ‘40세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신학철 미국 3M 수석 부회장(61)을 내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해외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수석 부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20여년간 미국 3M 본사에서 근무하며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혁신 마인드를 높이 산 것”이라며 “LG화학을 글로벌 종합화학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신 부회장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통 석유화학업체였던 LG화학이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을 아우르는 종합화학·첨단소재·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는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LG그룹이 신 부회장 영입을 계기로 해외 소재 및 배터리 업체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회장이 LG화학 CEO를 ‘비(非) LG맨’으로 전격 교체함에 따라 이달 말로 예정된 그룹 정기 임원인사도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물러나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한 5명의 부회장단(권영수 ㈜LG, 조성진 LG전자, 차석용 LG생활건강, 한상범 LG디스플레이, 하현회 LG유플러스) 가운데 2~3명이 추가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 회장은 앞서 회장 취임 보름만인 지난 7월 당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LG 부회장을 맞바꾸는 ‘원 포인트’ 인사를 했다. 이를 감안하면 담당 업무 기준으로 이미 부회장단의 절반을 교체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LG화학 CEO 교체를 통해 ‘과거 관행대로 인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라며 “젊은 총수가 지휘봉을 잡은 만큼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LG의 기업문화도 도전적인 분위기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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