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이르면 9일 교체
김 부총리, 소득주도성장 끊임없이 문제 제기
청와대 "더 이상 같이 못간다"…조기 교체 결론
후임 유력한 홍남기…"묵묵히 성과 낼 적임자"
[ 임도원/이태훈/김일규 기자 ]
청와대가 국회 예산 심의가 한창인 11월에 경제부총리 교체에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만큼 고용 투자 등 경제지표의 급격한 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현 정부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갈등이 더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던진 김 부총리를 청와대가 더이상 안고 가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후임 부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개인 색깔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순둥이형’ 관료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청와대가 정책 방향을 수정하기보다는 소득주도성장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경제 투톱 사사건건 ‘갈등’
청와대는 그동안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김 부총리의 ‘소신 발언’에 대해 적잖이 껄끄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임기 동안 수시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부작용을 냈을 가능성이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정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등 발언을 이어가며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각을 세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부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은 ‘경제 투톱’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으로 표출됐다. 김 부총리는 지난 6일 국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연말께 고용 등 경제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한 장 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책실장이 아마 자기 희망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반박성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선 ‘김 부총리가 경제지표 악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면서 자기 장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가 지난 8월 삼성전자를 방문키로 하자 청와대가 ‘투자를 구걸하지 말라’고 한 것은 이 같은 불만이 표출된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부총리와 청와대 참모 간 소모적인 갈등으로 동력을 낭비할 만큼 현재의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이 여권과 청와대 내부에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예산 심의 중 경제부총리 첫 교체
11월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이뤄지는 시기다. 정부 측 대표로 부총리가 나서 예산안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막판 ‘예산 주고받기’ 과정에서 여야 간 예산 안배를 놓고 깊숙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예산 시즌에 기재부 장관 교체인사가 좀체 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르면 9일 김 부총리에 대한 교체 인사를 내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의원들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가 전날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했다. 기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은 “9일로 예정됐던 기재위 전체회의가 연기된 이유는 7~8일께 끝날 줄 알았던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가 9일에도 속행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며 “김 부총리가 교체된다면 야당에 대한 청와대의 존중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임엔 홍남기 실장 유력 거론
김 부총리 후임으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홍 실장은 지난달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면담을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사실상 내정된 것 아니냐는 설도 흘러나왔다.
홍 실장은 춘천고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9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박봉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 비서관, 2006년엔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보좌관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들어 초기부터 3년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기획비서관으로 일해온 경력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 직후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 규제개혁 등을 총괄하며 일 처리가 깔끔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총리실 관계자는 “평소 홍 실장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신뢰가 워낙 두터워 이 총리가 강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게 가장 급선무”라며 “정책 방향을 놓고 왈가왈부하기보다는 묵묵히 일하며 실천하는 관료가 적임자라는 방증 아니겠냐”고 했다.
임도원/이태훈/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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