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얀센바이오테크와 1조4000억원의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5조원대 기술수출을 한 지 3년 만에 나온 조단위 계약이다.
이번 수출은 규모뿐 아니라 전략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거나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기술이전한 레이저티닙은 바이오벤처로부터 15억원에 사들인 뒤 글로벌 임상을 위해 약 75억원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 기업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확률도 낮고 시간과 돈도 많이 든다. 때마침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방형 혁신’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고, 국내 바이오·제약업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국제 분업구도의 변화로 ‘기회의 창’이 열리자 유한양행처럼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개발해 되파는 전략이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세계 50대 유망기업’으로 선정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바이오 신약에 비해 비용과 시간 절감효과가 있는 바이오시밀러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들은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 만료, 각국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의료보험 적자 문제 등을 배경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라는 기회의 창을 붙잡은 것이다.
하루아침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갈 수는 없다. 특히 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는 경험과 역량 축적이 중요하다. 국제적 분업구도나 시장·기술 환경이 변화할 때를 놓치지 않고 특화전략으로 승부를 거는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이 많아질수록 글로벌 혁신 신약이 쏟아질 날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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