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공단 기업 중 10% 이상 폐업·부도·경매行
일감 없어 4년새 인력 1600명↓
"산업기반 붕괴 위기" 우려 목소리
市, 정부에 특단대책 마련 촉구
신소재 개발 등 3000억 지원 요청
통과 땐 7809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 1兆 이상 발생
[ 하인식 기자 ]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로 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국내 최대 철강생산기지인 포항 공단 내 공장 빈터마다 제품이 어지럽게 쌓여있었다. 후판 가공업체인 A공장 직원 김모씨(50)는 “매달 3000~4000t의 후판을 절단해 조선업체에 공급하던 일감이 장기간 끊기는 바람에 재고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포항 철강공단에 등록된 348개 공장 중 12%인 43개가 이미 휴·폐업을 했거나 부도,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고용 인원도 지난해 말 기준 1만4502명으로 4년 사이 1600여 명이 공장을 떠났다. 공단 관계자는 “기업마다 쉬쉬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포항 철강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포항 철강산업 회생을 위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시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지역공약으로 채택한 ‘미래산업 대응 철강혁신 생태계 육성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조기 추진해 줄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에 건의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국내 철강 수요 부진 등으로 포항 철강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철강혁신 생태계 육성사업은 고부가치가·고기능성 철강소재로, 급변하는 세계 철강산업 메가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최근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2010~2015년 전국 기초단체 지역내총생산(GRDP) 자료를 받아 연평균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2010년 17조2460억원이던 GRDP가 2015년 16조7040억원으로 5420억원 줄어 -0.6%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218위, 23개 경상북도 내 기초단체 가운데 최하위 성장률을 보였다.시는 선도형 철강소재 개발과 혁신 철강소재의 산업 간 융합기술 개발, 부산물 활용 재자원화 기술 개발 등 미래산업 대응 혁신 철강 연구개발 기반 구축에 2000억원, 빅데이터 기반 합금설계 시스템 및 고기능 합금강 중간재 개발장비 구축과 중소철강기업 지원센터 구축 등에 800억원 등 총 300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과기정통부 기술성 평가와 예비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사업이 현실화되면 7809개 일자리 창출과 322개 철강 연관 기업 육성, 광양 당진 창원 등으로의 혁신 생태계 성과 확산 등 1조356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나주영 포항철강공단 이사장은 “포항 전체 제조업에서 철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어선다”며 “국가산업 발전을 견인해온 포항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복원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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