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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LPGA 티켓' 수석으로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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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퀄리파잉 시리즈

2주간 8라운드 '지옥의 레이스'
18언더파 558타로 102명 중 1위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 수석

"몸 불편한 아버지 응원이 도움
美 진출은 아직 결정 못해"



[ 이관우 기자 ]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핫식스’ 이정은(22·사진)이 고민에 빠졌다. 버킷리스트 1호였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가족과의 ‘생이별’이 마지막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아버지 이정호 씨(54)는 이정은이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쓰지 못한다. 어머니는 휠체어를 타는 아버지를 돌봐야 한다.

이정은은 4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7번 코스에서 열린 LPGA 퀄리파잉 시리즈 마지막 8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558타를 적어낸 이정은은 출전 선수 102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제니퍼 쿱초(아마추어)가 17언더파 2위에 올랐다. 골프연구가인 전욱휴 씨의 딸 전영인(18)도 1오버파 공동 13위로 시드를 손에 쥐었다.

이정은은 전날 7라운드까지만 해도 선두 세라 슈멜젤(미국)에게 2타 뒤진 2위였다. 슈멜젤이 마지막 8라운드에서 4타를 잃고 뒷걸음질치고, 이정은은 2타를 추가로 덜어내며 상승 분위기를 끝까지 살려내 ‘메달리스트’가 됐다. 공동 2위로 Q시리즈 1라운드를 시작한 이정은은 2, 3라운드에서 4위, 4라운드에서 7위를 하는 등 중반까진 동력이 꺼지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부 뒷심이 눈부셨다. 5라운드에서 6위로 바닥을 다진 그는 6라운드 5위, 7라운드 2위로 갈수록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지막 라운드인 8라운드에서 기어이 1위에 올라섰다. 8라운드 동안 한 번도 오버파를 치지 않았다. 이정은은 1위 상금 1만5000달러를 받았다.

한국 선수가 LPGA투어 퀄리파잉 대회에서 수석을 차지한 것은 박세리(1997년), 김인경, 최혜정(이상 2006년 공동), 송아리(2010년) 이후 다섯 번째이자 8년 만이다. LPGA투어는 Q시리즈 출전 선수 102명 중 상위 45명에게 2019 시즌 출전권을 준다. 지난해까지 Q스쿨이란 이름을 붙여 최종 5라운드로 치러졌던 이 대회는 올해부터 Q시리즈로 이름을 바꾸고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8라운드로 개편됐다. 이정은은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 19위에 올라 있다.

이정은은 “수석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놀랍고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이 너무 어렵고 전장이 길어 메이저 대회 같았다. 하지만 공평하다고 본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144홀을 다 해냈다는 게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은은 그러나 선택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미국 진출을 꼭 하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 돌아가서 가족, 스폰서 등과 이야기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영어도 못 하고 미국이 너무 크다고 느껴져서 결정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투어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지난 시즌 KLPGA투어 상금, 대상 포인트, 평균 타수 등 6관왕을 싹쓸이한 그는 올해도 상금(9억5305만원)과 평균 타수(69.725타)에서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상금 순위에서는 2위 배선우(8억7865만원)에게 7440만원 차이로 쫓기고 있는 데다 평균타수에서도 최혜진(70.1692)에 근소한 차로 앞서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챔피언십에서의 마무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이 대회는 오는 9일 경기 여주시 페럼CC에서 개막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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