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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기업인 대사(大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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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駐)북한 러시아대사는 외교 경력 40년의 절반을 남북한에서 보냈다. 유창한 한국어에 속담까지 자유롭게 구사한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주일 대사 시절 원어민 수준의 일본어로 아키히토 일왕 등 고위층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 일본 외무성의 한반도 담당자와 한국 주재 외교관들도 거의 모두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미국 외교관들 역시 현지어에 능통하다. 미 국무부는 사전연수 제도를 통해 현지어 습득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대사관에 근무하려면 국무부 연수원에서 몇 달 동안 전일제 수업으로 아랍어를 익히고, 현지에서도 1년간 언어 연수를 집중적으로 받은 뒤 업무에 투입된다.

외교 현장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전쟁터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전장에서 통역에만 의지하다가는 언제 총에 맞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임명된 특임공관장들의 상당수가 어학시험을 보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개중에는 주재국 언어를 아예 하지 못하는 공관장까지 있다.

주요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 대사 중에도 현지어를 모르는 ‘까막눈’이 많다. 보다 못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같은 강대국은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우리나라 대사가 영어도 현지어도 안 되면 일을 못한다”고 한마디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통역관 출신이다. 그가 “외교관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며 평가 시스템 개편에 나서자 “대통령에게 특임공관장으로 임명한 낙하산 인사들을 모두 해임하고 직업외교관을 임명해달라고 요구하라”는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외교부 입구에 영어과외 전단이 등장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대사는 어학 능력에 더해 전문성, 인맥, 정세 분석력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코드 인사’나 ‘보은 인사’로는 역부족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국제 감각을 익히고 인맥과 언어 소통력까지 겸비한 기업인 등 민간인을 등용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영국이 “최상의 외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해외 대사 자리를 기업 경영진 출신 등 민간인에게 개방한다고 한다. 일본은 과거 주중 일본 대사에 이토추상사 고문을 기용한 바 있다. 통상·금융·환경 문제가 두루 얽힌 국제 무대에서는 ‘얼치기 정치인’보다 통상전문가나 기업인이 아무래도 유리할 듯하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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