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프런티어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 인터뷰
국내 첫 유방암 예후진단키트
유방암 관련 9개 유전자 활용
10년 내 재발·전이 예측해줘
연내 신의료기술 인증 목표
아시아 암 진단시장 공략
유일하게 亞 환자 대상 임상
업계 선두 지노믹헬스와 차별화
폐암·대장암 진단사업도 속도
모든 직원에 스톡옵션
일반사원에 2500주 안팎 제공
내년 기술특례 코스닥 상장 추진
"회사 성장의 과실 직원과 공유"
[ 박영태 기자 ]
“암 진단시장의 아시아 선두주자가 되겠다.” 암 예후 진단 및 동반진단 시장에 도전장을 낸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45)의 포부다. 창업 8년차인 젠큐릭스는 유방암 예후진단키트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국내 첫 유방암 예후진단키트다. 조만간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거쳐 내년께 출시할 예정이다. 폐암 및 대장암 동반진단 키트도 개발했다. 암 재발이나 전이를 예측해주는 예후진단, 유전자 특성에 맞는 항암제를 찾아주는 동반진단 등 암 진단 분야에서 기대주로 꼽힌다. 조 대표는 “불필요한 항암 치료를 막아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도 튼튼히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항암치료 패러다임 바꿀 것”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00만 명이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매년 2만 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한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하면 대부분 치료 가능하다. 환자의 80%는 치료 후 재발하거나 전이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하지만 이를 미리 알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보니 환자 대다수가 방사선 등의 항암치료를 받고 이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린다.
젠큐릭스의 유방암 예후진단키트 ‘진스웰BCT’는 치료 후 10년 이내에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될 가능성을 알려준다. 항암치료가 불필요한 환자를 가려내주는 제품이다.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호평받는 이유다. 조 대표는 “9개의 유전자를 활용해 유방암 환자의 10년 내 예후를 예측해준다”며 “1300여 명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 발현 정보를 토대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유방암 예후진단 분야의 세계적 강자는 미국 바이오기업 지노믹헬스다. 지노믹헬스는 2004년 미국에서 유방암 예후진단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유방암 환자 가운데 1000여 명이 이 회사의 예후진단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대표는 “지노믹헬스의 진단서비스에서 가능성을 보고 예후진단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전립선암 예후진단키트 등을 추가로 개발해 지노믹헬스와 글로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실패…분자진단으로 재기
충남대 생화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분자생물학 석사학위를 받은 조 대표는 2001년 크럭스브이투자라는 회사를 차렸다. 바이오 열풍이 한창이던 당시 투자자들과 바이오 기업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몇몇 바이오기업에는 직접 투자했고 돈도 꽤 벌었다.
조 대표가 바이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5년 바이오트라이온이라는 회사를 창업하면서다. 대만 바이오기업에서 기술을 도입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암젠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투넥스’는 서울대병원에서 임상 1상까지 순조롭게 마쳤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국내는 물론 인도 브라질 등 해외에서 진행하려던 임상 3상 계획이 틀어졌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위기를 맞은 조 대표는 임상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통신보안업체 퓨쳐인포넷에 대주주 자리를 넘겨줬다. 하지만 적자 늪에 빠져 있던 퓨쳐인포넷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임상 자금을 대기로 한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조 대표는 회사 대출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20억원의 빚까지 떠안았다.
조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꿈을 접는 대신 질병 진단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1년 9월 젠큐릭스를 설립하고 신영기 서울대 약대 교수팀이 개발한 유방암 예후 예측 관련 기술을 사들였다. 조 대표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치료제보다는 진단제품 개발로 중소 바이오벤처가 성과를 내기가 더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했다.
개발에 3년, 허가 절차만 4년째
젠큐릭스의 출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유방암 예후진단키트를 개발할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조 대표는 직접 개발하겠다던 전략을 바꿨다. 신 교수팀에 용역을 줘 연구개발을 맡기기도 했다. 조 대표는 “당시 중소기업청 등의 정부 연구과제를 받아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어렵사리 임상을 하며 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했다.
연구자금도 부족했다. 조 대표는 지인과 엔젤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 2014년 어렵사리 유방암 예후진단키트 개발을 마쳤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벤처캐피털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해 BNH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자금에 숨통이 트이자 연구소를 제대로 갖췄고 생산공장도 세웠다. 2015년에는 생명공학회사 병원 진단업체 등에서 경력을 쌓은 문영호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연구조직을 다졌다.
제품 개발을 마쳤지만 허가 문턱을 넘는 게 또 다른 숙제였다. 국내 최초 제품이다보니 식약처에 허가 가이드라인이 있을 리 없었다. 식약처 공무원과 머리를 맞대고 허가 기준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꼬박 2년이 걸렸다. 2016년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제품 출시에 발목이 잡혔다.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탓이었다. 조 대표는 “임상 논문 한 편으로는 신기술평가 인증을 받기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임상을 진행해 연말까지 두 편의 논문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신의료기술평가를 다시 신청하겠다”고 했다.
“美 지노믹헬스 뛰어넘겠다”
젠큐릭스는 2조원 규모의 글로벌 유방암 예후진단 시장 공략 채비에 한창이다. 우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잡는 게 목표다. 선두주자인 지노믹헬스에 비해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유럽 등 서양에서는 폐경 이후 여성이 유방암 환자의 85% 이상이지만 아시아는 50% 안팎으로 차이가 있다. 아시아 지역에 젊은 환자가 많은 것은 유전적 요인,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등의 차이 때문이다. 조 대표는 “지노믹헬스는 서양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을 했다”며 “아시아 지역의 발병 패턴에도 유의미한 진단 결과가 나오는지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유방암 예후진단키트 중에서 아시아에서 임상시험을 한 제품은 진스웰BCT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젠큐릭스는 일본에서 연내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진출도 타진 중이다. 조 대표는 “해외 현지 진출에 앞서 외국 환자들의 주문을 받아 국내에서 유방암 환자의 조직 샘플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도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지노믹헬스의 진단비용은 건당 400만원 안팎이다. 조 대표는 “진스웰BCT 가격을 250만원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라며 “실손보험 등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 부담은 30만~60만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 결과도 5일이면 나온다. 2~3주가 걸리는 지노믹헬스보다 빠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폐암 및 대장암 동반진단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폐암 동반진단 제품은 미국 수출을 위해 현지 기업과 협의 중이다. 식약처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대장암 동반진단 제품은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모든 직원에 스톡옵션 제공
젠큐릭스 임직원은 6개월 이상 근속하면 스톡옵션을 받는다. 임원은 2만 주, 부장급은 5000~6000주, 일반 사원은 2500주 안팎의 스톡옵션을 갖고 있다. 2015년 코넥스에 상장한 이 회사는 내년 초 기술특례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장이 마무리되면 직원 상당수가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 젠큐릭스 직원들이 업계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이유다. 조 대표는 “회사 성장의 과실을 모든 직원이 나눠 갖자는 취지에서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독특한 사내 제도도 운영한다. 지각데이, 조퇴데이가 그것이다. 직원 누구나 한 달에 한 번 지각을 하거나 조퇴를 할 수 있다. 4년 넘게 운영하는 제도다. 창업 초기부터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조 대표는 “벤처기업에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며 “인재가 찾아올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이나 인센티브 제도에 각별하게 신경 쓴다”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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