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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핵화 절실할수록 强軍 육성에 매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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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부터 남북 군사분야 합의 발효
안보를 北의 선의에 맡기는 건 위험
軍을 '전율의 대상' 되게 만들어야"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



11월1일 자로 남북한 간 군사 분야 합의가 발효됐다. 이제 한국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40㎞ 내 모든 공군활동, 80~135㎞ 해상 내 모든 해군훈련과 무장항행이 금지되고, 비무장지대에서 감시초소(GP)를 점진적으로 철수시켜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유도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안보의 불안은 적지 않다. 북한군의 기습 공격이나 침투 경고를 위한 감시수단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원지역에는 6·25전쟁 시 유해발굴을 위해 지뢰제거 및 12m 폭의 도로를 연결하고, 한강하구는 남북한 공동 민간활용을 허용하게 되는데, 이들 지역을 통한 대(大)부대의 기습공격이나 김포반도 상륙 후 전격적인 서울 점령 시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한국군은 전방지역의 대(對)전차 방벽을 철거하고 병력감축 목적으로 정예 예비사단도 해체하고 있어 안보 취약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 남북한 간 긴장완화와 평화공존이 실제적으로 구현된다면 이런 위험은 감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은 핵폐기를 위한 결정적인 조치는 강구하지 않고 있어, 경험으로 보면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북한은 현재의 군사합의로 도발의 호기가 조성됐다고 오판할 수도 있다. 노동당 규약에도 명시돼 있듯이 북한은 한반도의 공산화라는 그들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상태이고, ‘7일 전쟁계획’ 등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8월25일 백령도에 대한 상륙작전을 지도하면서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1938년 영국과 프랑스가 뮌헨 회담에서 유럽의 평화를 명분으로 체코 할양 등을 양보하자 히틀러는 이것을 나약함으로 인식해 1년 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역설적이지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 유지가 필수적이고, 이를 과시함으로써 북한에 핵무기 폐기 외에 다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정부는 군사합의의 발효에 따른 위와 같은 취약점을 인식하면서 북한에 오판 소지를 제공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군사합의로 인해 대북 억제 및 방어태세가 약화되는 측면을 냉정하게 파악해 보완하고,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수행태세가 구비되지 않았음에도 전시작전통제권을 성급하게 환수해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 간 협력사례를 참고해 대북 억제를 위한 주변국과의 협력도 강화함으로써 국제적 공조체제도 보강해야 할 것이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일방적 전망을 자제함으로써 국민들의 대북 경계심 이완에 주의할 필요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는 군대로서, 한국군은 실질적인 국방개혁을 추진해 작지만 강한 군대로 환골탈태해 ‘국민에게는 신뢰, 적에게는 전율의 대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번 군사합의도 철저하게 이행하되 그에 따른 정찰, 훈련, 즉각대응의 문제점에 관해서는 적극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다양한 최악의 상황들을 가정해 필요한 조치 계획을 발전시키고, 필요한 훈련과 무기 및 장비를 증강해 나가야 한다. 군인들의 정신무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대적관과 군인정신을 더욱 함양시키고, 간부들은 군사이론과 지식 함양에 불철주야 노력해야 한다.

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태세를 과시하고, 북한군이 오판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한국 안보의 결정적 분수령을 넘어가는 심각한 상황일수록 정부, 국민, 군대는 매사에 만전지계(萬全之計)를 강구해 힘으로 평화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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