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한경닷컴 기획연재 (9)
김재필<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차장>장진<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컨설턴트>
앞선 8회 기고(☞ 美 '증권형 ICO 판별'이 핵심, 싱가포르 '증권법·AML' 적용기준 명확)에서 언급한 대로 암호화폐 공개(ICO)에 대한 국가별 입장과 관련 규제를 살펴보겠다. 이번 기고에서는 ‘블록체인 아일랜드’ 몰타와 ‘크립토 밸리’ 스위스의 ICO 관련 정책 및 법령을 다룬다.
'블록체인 아일랜드' 몰타
글로벌 ICO 시장은 2016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해 2017년 급성장을 이뤘다. 올해 들어서도 5월 말까지 ICO를 통해 국제적으로 94억달러나 조달됐다. 2018년에도 별다른 규제 개입이 없는 한 급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ICO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자·소비자 보호, 안정적 투자 환경 조성,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ICO 규제 및 정책 정립은 필수불가결해 보인다. 실제로 대부분 국가에서 ICO 규제·정책을 수립했거나 진행하는 상황이다.
몰타의 경우 농업·제조업 등 기반산업이 취약한 만큼 블록체인 기술과 핀테크(금융기술)를 국가적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는 여타 나라들과 달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합법성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7년부터 관련 법령과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오케이엑스·비트베이 등이 본사를 몰타로 이전 또는 확장해 ICO 장소로서 몰타의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몰타의 ICO 관련 법령
몰타는 지난 6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몰타디지털혁신기구법안 △기술협정·서비스법안 △가상금융자산법안의 3가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각각 암호화폐, 거래소, ICO 관련 내용을 담았다. 이 가운데 암호화폐 및 ICO 절차와 규제, 거래소 규제 등을 다룬 가상금융자산법(VFAA)의 ICO 관련 내용인 ‘파트 II 초기 VFA 제공(Initial VFA Offerings)’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여기에는 ICO 및 코인의 거래소 상장에 관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VFAA에서는 ICO를 ‘초기 VFA 제공’으로 기술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분산원장기술 거래소(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exchange)’라는 용어를 사용하나 이 글에서는 일반적 용어를 사용하겠다.
통상 ICO 발행 수단, 즉 암호화폐나 토큰의 증권형·비증권형 유형에 따라 ICO 관련 법령의 규제 대상 해당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를 위해 VFAA에서 규정하는 분산원장기술(DLT), 분산원장기술 자산(DLT asset), 가상금융자산(VFA)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ICO에서 발행하고자 하는 자산이 어떤 것이며 어떤 법령에 의해 규제를 받는지 알 필요가 있다.
DLT는 기술협정·서비스법안에 자세히 설명된 대로 여러 노드의 네트워크에서 정보가 기록되고 합의가 이뤄지며 동기화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뜻한다. DLT 자산은 분장원장기술에 의존하거나 이용하는 가상토큰, VFA, 전자화폐 또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VFA는 통화 기능을 하는 디지털 매체 기록을 의미하되 가상토큰·전자화폐·금융상품은 제외하는 개념이다.
DLT 자산의 경우 4월13일 몰타금융서비스국(MFSA)가 발표한 금융상품테스트(FIT)의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FIT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DLT 자산을 아래의 3가지로 구분했다.
①규제가 없는 가상토큰 또는 유틸리티 토큰
②금융상품 투자지침 등 유럽연합(EU) 법령 또는 몰타투자서비스법이 적용되는 금융상품
③VFAA가 적용되는 VFA
곧 DLT 자산 중 VFA에 대해 ICO를 통해 거래소에 상장하고자 할 경우 VFAA의 적용을 받는다. 해당 ICO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회사는 VFAA에서 규정한 회사 설립, 공시 요건, 백서 양식, 광고 규정 등을 준수해야 한다. 개략적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①VFA에 대해 ICO 및 거래소 상장을 하고자 하는 발행인은, 발행인의 이사들과 지정한 VFA 대리인과 함께 서명한 백서를 공개 10일 이전에 MFSA에 제출해야 한다. 발행인은 VFA에 대한 ICO나 상장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MFSA에 등록한 VFA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②VFA 대리인은 법무·회계법인 등으로서 전문지식을 갖추고 MFSA에 등록한 자를 말한다. VFA 대리인은 감독기관으로서 발행인이 VFAA를 준수함을 확인해주고, 자문기관으로서 발행인에게 VFAA의 책임·의무를 자문할 수 있으며, 대행기관으로서 발행인 대신 관련 서류를 MFSA에 제출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③MFSA는 몇 가지 조건을 검토한 후 발행인이 제출한 백서를 등록한다. 요구하는 조건으로서는 날짜, ‘VFAA 별첨1’에 지정된 사항, 발행인 이사들의 준법확인서가 있다. ‘VFAA의 별첨1’에 포함된 백서의 필수적 기재사항으로는 요약, 백서의 책임자, 자세한 기술적 사항, 발행인의 인적사항, 발행인 이사들의 인적사항, 사용 비용, 발행인의 재무정보 등이 있다.
④발행인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는 관련 사항이 공개돼야 한다. ICO 등과 관련해 과장·허위 광고를 하지 않는 등의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⑤발행인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투자자와 명확하게 소통하고,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 사업을 운영하는 등 VFAA에서 열거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⑥발행인은 백서와 광고, 웹사이트에서 제공한 허위정보 등에 대해 민사적 책임을 진다.
⑦몰타 밖에서의 VFA의 ICO나 거래소 상장은 해당국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⑧VFA의 ICO나 상장에 관해 MFSA는 VFAA를 준수하지 않은 ICO나 상장에 시정을 비롯해 중지·금지까지도 명할 수 있다. 이 법은 디지털경제장관이 관보에 공지할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처럼 몰타는 ICO를 위한 법인 설립요건(최소 자본금 약 150만원, 2일 이내 서류 통과, 법인세 35% 감면 등)도 유리하지만, VFAA 법률의 시행으로 ICO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ICO 시장의 확대 추세에 맞춰 향후 몰타로의 자본 유입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크립토 밸리' 스위스
스위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우호적 정책을 펼치는 국가로 유명하다. 스위스 주크(Zug)는 크립토 밸리로 불리며 이더리움 재단 같은 유명 기업이 위치해 있다. CV벤처캐피털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크립토 밸리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600개 이상, 관련 종사자는 3000명 이상이다. 또한 임의로 선정한 상위 50개 기업의 총 기업가치는 약 440억달러에 달한다.
스위스의 ICO관련 정책
스위스 금융시장 감독위원회(FINMA)는 올 2월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FINMA는 가이드라인에서 토큰을 성격에 따라 지불형(Payment) 유틸리티형(Utility) 자산형(Asset) 토큰으로 분류해 유형별로 다른 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각 토큰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FINMA는 원칙적으로 지불형과 유틸리티형 토큰은 증권(securities)으로 보지 않고 자산형 토큰은 증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불형·유틸리티형 토큰 또한 경우에 따라 증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표에 서술한 특징 외에 투자 기능도 갖고 있다면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 FINMA는 각각의 토큰이 상호배타적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자산형·유틸리티형 토큰 또한 지불형 토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는 하이브리드형(Hybrid) 토큰으로 관련 규제를 중복 적용받게 된다.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해당 토큰 발행 업체는 스위스 증권법에 의해 관련 규제를 따라야 한다. 토큰의 종류와 상관없이 사전 자금조달 단계에서 토큰을 발행하지 않고 추후 토큰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이러한 권리가 거래될 수 있는 경우에도 토큰은 증권에 해당돼 관련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외에도 FINMA는 여러 규제에 적용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예컨대 토큰 발행은 일반적으로 환불을 보장하지 않지만 발행자가 소지자에게 환불을 약속한 경우는 예금으로 간주돼 은행법에 따라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집합투자기구법’은 ICO로 조달된 자금이 제3자에 의해 운용되는 경우 적용될 수 있다. 지불형 토큰의 경우 자금세탁방지법이 적용돼 관련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딜로이트와 한경닷컴은 블록체인, 암호화폐, ICO의 실체를 파악하고 한국 정부 및 사회가 보다 합리적인 법규와 정책을 확립하는 데 일조하고자 기고를 총 10회에 걸쳐 기획 연재합니다. 딜로이트는 ICO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는 만큼 한경닷컴 기고문에서 최대한 의견 표명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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