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원 정치부 기자) ‘경찰 김구를 아시나요?’
25일 제73회 경찰의 날 기념식이 사상 처음으로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를 통해 “99년 전인 1919년 8월 12일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안위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현장의 영웅’들을 보며 김구 선생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통상 경찰의 날 기념식은 다소 폐쇄적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돼왔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 해 기념식 장소로 국민 모두에게 개방된 ‘광화문 광장’을 택했다. ‘폭력 대응’ 등으로 얼룩진 경찰의 명예를 회복하고, 시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겠다는 의미였다. 처음 시도된 광화문 기념식은 많은 잡음을 낳았다. 특히 취지와 무관하게 출근길 교통대란을 초래하며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샀다.
정부는 올해 기념식 장소를 1년 만에 백범 김구 기념관으로 변경했다. 김구 선생이 우리나라 초대 임시정부의 첫 경찰 수장이었다는 의미도 담았다.
경찰청은 내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경찰 김구’의 존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올 4월부터 전담팀을 꾸린 경찰청은 김구 선생이 초대 경무국장을 지낸 ‘임시정부의 경찰’에 대해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경찰의 날’은 10월21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21일이 휴일인데다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 등이 겹치면서 행사를 미뤘다. 이날 기념식을 계기로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의 초대 경무국장이었다는 사실과 임시정부 경찰에 대한 홍보를 이어가겠다는 점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 않았던 임시정부였지만 당시 내무부 산하에 있는 경무국을 중심으로 연통제 경무사, 상해교민단 의경대, 경위대 등의 경찰 조직이 있었다. 임시정부 경찰은 실제로 임시정부 요인 경호와 청사 경비와 같은 임시정부 수호 임무 외에도 교민 동포를 보호하거나 일제 밀정을 차단하고 일제 침략자?반민족 행위자를 처단하는 등 주로 오늘날 경찰의 경비?경호?정보?보안 기능에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백범일지에도 “남의 조계지에 붙어사는 임시정부니만치, 경무국 사무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통 경찰 행정과는 달랐다. 그 주요임무는 왜적의 정탐활동을 방지하고, 독립운동자의 투항 여부를 정찰하여 왜의 마수가 어느 방면으로 침입하는가를 살피는 것이었다”라며 이같은 사실이 뒷받침돼있다. 백범은 초대 경무국장을 맡아 임시정부 경찰활동의 기틀을 확립했다. 나석주, 유상근 의사 등 많은 임시정부 경찰요원들이 항일 무장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경무국 나석주 의사는 식산은행 등에 폭탄 투척후 자결했고, 의경대원 유상근 의사는 관동군사령관 폭살 계획중 체포돼 순국했다. 현재까지 △경무국(과) 33명 △연통제 20명(경무사장 3?경감 17) △의경대 18명 △경위대 18명 등 총 89명이 확인된 상태다. (끝) /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