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윤 산업부 기자) ‘로스쿨 졸업자 또는 2019년 2월 로스쿨 졸업에정자’
KEB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공고를 내면서 우대사항으로 ‘로스쿨 출신’을 명시했습니다. 보통 기업들의 채용공고 우대(가점)사항은 대부분이 ‘사법시험 합격자, 로스쿨 출신 변호사’입니다. 그래서, 혹시 잘못 공지를 한 것이 아닌가 싶어 KEB하나은행 인사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인사팀장은 의외의 말을 했습니다.
“10년전부터 도입된 로스쿨로 주요대학의 법학과가 사라지면서 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지원자가 귀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법무팀 지원업무자를 변호사로 채용하기에는 부담이 됐고요.” 인사팀장은 “은행내부에 법률 업무 수요가 넘쳐나는데, 주요 사안별로 은행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면서 적절한 법률적 대응을 할 법학전공을 한 주니어 직원들이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을 했습니다.
인사팀장은 지난 8일 지원서를 마감한 결과, 홍보가 덜 된 때문인지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아쉬워 했습니다. 그는 “필요인력이 많아 지원자들의 역량이 된다면 다 뽑고 싶을 정도”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한두명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30명까지도 뽑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서류전형에서 우대를 하더라도 필기시험(10월27일 시행)에서 어느정도 합격자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로스쿨출신들은 일반 대학생들처럼 취업을 위한 인·적성시험을 상대적으로 덜 했기 때문에 필기시험 통과가 만만찮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EB하나은행 측은 로스쿨 지원자가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1차 실무면접에서도 우대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말 다급한 모양이네요.
사실 로스쿨이 생기기 전에는 법대는 취업이 잘 되는 인기학과 였습니다.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대학에 법학과가 있었고,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낸 인문계출신들이 입학을 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0년전 2009년 전국 25개 주요대학에 로스쿨이 생기면서 법대의 명성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법대가 로스쿨로 대체되면서 기업들은 법무팀에 법학전공자 대신 변호사를 배치 한 것이죠. 그러면서, 법무팀에 있는 법학전공자들은 연차가 쌓이면서 차장,부장 그리고 임원이 됐지만, 새롭게 신입으로 들어올 법학전공자가 없게 되면서 ‘공백’이 오랫동안 생긴 겁니다. 그 사이 변호사들이 과거 법학전공자들이 맡아서 했던 자잘한 업무까지 챙겨야 해서 기업 법무팀 변호사들의 업무량은 훨씬 늘어나게 된 것이구요.
이것이 KEB하나은행이 로스쿨 출신을 채용시 우대하게 된 배경입니다. KEB하나은행측은 “변호사시험 탈락자도 서류전형에서 우대할 예정”이라며 “면접에서도 가점을 주더라도 꼭 1~2명을 채용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변호사 시험 5회 탈락자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역량이 된다면 뽑겠다고 합니다.
로스쿨 출신이 이번 KEB하나은행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하면 입사후 1~2년은 영업점에서 근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영업점 근무를 통해 은행의 생리를 알아야 관련 법률 검토를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점 근무후에는 준법지원부, 검사부 등에서 내부 통제 및 법률 검토 등의 전문 업무를 수행하거나 전략·재무·기획 등 핵심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입이라고 합니다. 인사팀장은 올해 공채에서 원하는 규모의 로스쿨출신을 뽑지 못하면 내년에 다시 채용공고를 내고 뽑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의 로스쿨 출신에 대한 수요는 해가 갈수록 계속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기업내 법무팀내 법학전공자들이 대부분 시니어 차·부장으로 승진하면서 계속 공백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끝) /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