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 쇼크' 고육책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 기간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 추진
양대노총, 대정부 투쟁 선언
사회적대화 계속 겉돌 가능성
[ 백승현/김일규 기자 ] 정부가 근로시간 일괄 단축의 연착륙 방안 마련을 공식화하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이 전면화될 움직임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계가 요구해온 핵심 현안이다. 고용지표 악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부터 손보기로 하면서 노동계가 정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선책은 탄력적 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다. 탄력근로제는 전체 단위기간 동안 법정 총근로시간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주 52시간 근무제 하에서 2주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경우 첫째 주에 46시간을 일했다면 둘째 주엔 58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취업규칙에 따라 2주, 또는 노사가 서면 합의하면 최장 3개월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짧다. 이 때문에 신제품 출시 등에 임박해서는 집중적으로 밤을 새워 근무하는 정보통신기술(ICT)업계나 수개월간 정기보수가 필요한 유화·조선업계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지난 23일 “국민경제자문회의 내부 논의 결과 근로시간 유연성이 떨어져 기업에서 부담이 된다”며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단위기간을 6개월로 할지, 1년으로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조선, 건설, 정유·화학 등 주요 업종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간담회에서 기업 대표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기 지연, 3개월마다 반복해야 하는 노사협상 등 애로사항을 거론하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호소했다.
산업현장의 호소에도 귀를 닫고 있던 정부가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기로 하자 노동계는 즉각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반(反)노동정책’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탄력근로제 확대 대책을 발표한 것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의지를 의심케 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노동법 개악 추진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노·정 관계에 파국을 부르는 악수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정부가 연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그동안 밀월관계였던 노동계와 정부 사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 때 철도 파업을 계기로 노동계와 각을 세운 것처럼 이번에도 근로시간 단축 개편을 기점으로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10개월째 제자리인 사회적 대화도 겉돌 가능성이 높다. 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민주노총 불참으로 비상기구 격인 노사정대표자회의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백승현/김일규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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