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존속살해범은 놔두고 PC방 사건만 공개
[ 임락근 기자 ]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됐지만 비슷한 시기 벌어진 다른 강력사건들은 피의자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찰의 기준 자체가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2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등촌동 전 부인 살인사건(22일)’이나 ‘역삼동 어머니 살인사건(21일)’ 등에 대해서는 아예 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등촌동 사건 피해자의 둘째 딸 김모씨(22)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이례적으로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청원하기도 했다.
과거 비슷한 다른 사건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송모씨(33)는 “나영이 사건의 조두순은 2020년 출소한다는데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고 ‘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 김모씨(36)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며 “신상 공개를 결정하는 기준이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처벌특례법(8조2항)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확보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때 등 요건을 갖추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공공의 이익’ 요건이 주관적인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동영 세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성수의 신상 공개가 성난 대중의 분풀이용 외에 어떤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이 여론의 눈치만 보며 ‘고무줄식 잣대’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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