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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세균의 재발견…암·아토피 치료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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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해롭다는 편견 깨고
병 고치는 치료제로 떠올라
지카바이러스가 뇌종양 억제
세균 이식해 아토피 환자 치료

바이러스 항암제 개발 한창
신라젠, 우두 바이러스 활용한
간암 치료제 '펙사벡' 임상 3상
코오롱생명과학 항암 바이러스
내년까지 임상 1상 시험 진입



[ 이지현 기자 ]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엠바이오에 지카바이러스가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지카바이러스는 뇌를 만드는 신경줄기세포를 공격한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소두증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이를 암 치료 연구에 활용했다. 지카바이러스가 교모세포종을 공격하게 하는 쥐 실험에서 암 성장 속도가 늦어지고 생존 기간도 길어졌다. 생존율이 7%에 불과한 난치성 교모세포종 치료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세균 등이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바이러스 항암제는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인체 세균총 등을 일컫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식품, 화장품, 치료제 개발에 쓰인다. 다만 이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연구는 대부분 초기 단계여서 제품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바이러스가 세포 터트리는 원리 활용

‘인체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은 1960년대 시작됐다. 암 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나은 사례가 보고되면서다. 의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암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켜 증식한 뒤 밖으로 나올 때 세포를 터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이러스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찾아 공격하도록 조작하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 지 50여 년 만에 치료제가 개발됐다.

암젠은 2015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첫 바이러스 항암제 ‘임리직’ 시판 허가를 받았다. 피부질환 등을 일으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흑색종 등 피부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개발한 치료제다.

국내외 업체의 바이러스 항암제 개발도 한창이다. 신라젠은 우두 바이러스를 활용한 간암 치료제 펙사벡을 개발하고 있다. 임상 3상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내년까지 폭스바이러스를 활용한 항암 바이러스 물질(KLS-3020)의 동물실험을 끝내고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다. 바이오벤처 바이로큐어는 리오바이러스, 폭스바이러스 등을 활용해 위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 독성을 약하게 한다고 해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이러스의 성질을 제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아토피 환자 피부에 세균 이식도

세균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은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장속 미생물총을 대장질환자에게 옮겨주는 대변이식술이 대표적이다. 미국 등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기증받아 저장한 뒤 질병 치료에 활용하거나 알약으로 제조해 복용하는 치료도 이뤄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피부 세균총을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이식하는 치료도 시행됐다. 국내에서는 제노포커스,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캔서롭셀 등 바이오업체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항암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세균을 활용해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크론병, 기생충 치료는 좀 더 지켜봐야

기생충도 치료제로 재발견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면역계 질환인 크론병 환자에게 돼지편충알이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생충이 장벽을 자극해 면역계를 각성시킨다는 원리다. 국내에서도 일부 환자가 인터넷 직접 구매 등을 통해 돼지편충알을 구입해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편충알 2500개가 든 치료제는 한 병에 250달러에 거래된다. 김덕환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기생충이 장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아직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염증성 장질환자들이 장속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잘못 복용하면 추가 감염 우려가 있어 삼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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