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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종 쌤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32)] 마이크로바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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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엔 1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어요
면역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면서 공생하죠"




사람의 입은 외부 물질이 유입되는 통로이기에 유해물질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 요즘 입 건강, 치아 관리 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얼마 전 ‘엄지의 제왕’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한 전문가는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 박테리아인 ‘푸조박테리아(fusobacteria)’가 대장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양치와 치아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생물 전체는 마이크로바이옴

우리 몸속에는 비피더스 등 약 1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처럼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과 이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부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손가락의 지문처럼 고유하며, 사람에 따라 그 구성이 각양각색이다.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일치하지 않아 ‘제2의 게놈’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게놈과는 달리 여러 요인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 태아는 산도를 통과하며 처음 미생물과 접촉하고 모유 수유를 통해 몸속에 미생물들의 생태계가 형성된다. 이후 식습관, 약물 혹은 유산균 제품 섭취,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구성이 달라진다.

미생물(microorganism)은 0.1㎜ 이하 크기인 생물로 조류(algae), 세균류(bacteria), 원생동물류(protozoa), 사상균류(fungi), 효모류(yeast) 등이 있으며, 몸속 미생물들은 입, 코, 피부, 장 등 우리 몸 곳곳에 살고 있지만 95% 이상이 장에 살고 있다. 수많은 미생물 중 인간에게 나쁜 질병을 일으키는 종은 100개 미만에 불과하다. 장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들이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섭취하고 노폐물을 배설하면 장 내벽의 세포가 이를 흡수해 에너지로 사용한다. 또한 이들은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인 ‘점막 면역계’와 상호작용하며 면역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등 많은 종류의 미생물은 영양소 대사와 면역 시스템 유지, 외부 물질 방어 등 우리 몸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미생물의 균형과 질병

장속에는 장으로 들어온 물질을 운반하고, 미생물이 미세 융모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점액질이 있다. 이를 박테리아가 먹이로 삼으면 인체는 점액질을 더 많이 생산하게 되고 점액질 층을 두껍게 유지해 장을 보호한다. 이런 점액질은 염증성 장 질환이나 설사병에 걸렸을 때 얇아지는데, 장내의 장벽 세포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면 각종 미생물과 그들이 생산하는 분자들이 몸속으로 들어가 몸에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항생제나 스트레스로 장내 미생물총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입속은 연쇄상구균(Streptococcus)에 속하는 박테리아종을 비롯해 800여 종의 미생물이 있다. 이들은 입안에 정착해 균형을 이루면서 외부에서 입안으로 유입되는 유해한 미생물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한다.

입속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져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나 충치균 등의 미생물이 많아지면 잇몸병이나 충치가 생긴다. 이때 증상이 심해지면 잇몸 조직 안이나 혈관을 통해 유해한 세균들이 몸속으로 침투해 구강암,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 감염, 당뇨병 등 위험한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몸속 미생물이 우리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인체 특정 부위에 미생물이 부족하거나 미생물 균형이 흐트러질 경우 다양한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

2006년 미국 워싱턴대 제프리 고든 박사가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학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고, 현재 각종 질병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강신종 < 용화여고 교사 >

◆참고 문헌: ‘건강을 좌우하는 내 몸 안의 장내 미생물, 2017,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동향, 2017, 곽민정, 김지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장내 미생물총과 인간의 질병, 2013, 고재성’ ‘장내 미생물과 항생제 관련 장 질환, 2016, 윤미영, 윤상선,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도움말: 정기흥(미디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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